‘한끼’ 밥상 위 예능 성찬


 
이경규, 강호동과 게스트들이 일반 가정집에서 ‘한 끼’를 같이 하며 가족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예능 ‘한끼줍쇼’의 장면들. 위쪽 사진부터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편(49회)에 출연한 배우 김래원과 김해숙, 서울 은평구 갈현동편(99회)에 출연한 배우 김보성과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JTBC 제공


“이 프로그램은 국민 MC라 불렸던 두 남자가 저녁 한 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회의 시작을 알리는 이 문구처럼 집 문을 열기 전에는 영락없는 예능이지만, 문을 열면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JTBC 예능 ‘한끼줍쇼’(포스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식(食)큐멘터리’를 슬로건으로 내건 ‘한끼줍쇼’가 지난 10일 100회를 맞았다. 오는 19일이면 방송을 시작한 지 딱 2년이 된다.

처음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하는 날이면 옆집 문을 두드리고, 수줍게 음식을 건네던 문화는 어느 순간엔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집은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이 됐다. 그런 가정집을 연예인이 불쑥 찾아가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시선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우려는 점차 사라졌다. 시민들은 두 진행자와 게스트들을 반기며 하나둘 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한끼줍쇼’ 촬영의 주인공이 되길 막연히 기다리거나, 촬영을 소중한 추억으로 받아들이는 식구들도 생겼다.

‘리얼’ 버라이어티답게 프로그램의 내용은 간단하다. 저녁 시간에 맞춰 이경규와 강호동이 ‘밥동무’라고 부르는 게스트들과 함께 숟가락을 들고 지정된 동네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시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개인주택 등을 돌아다니며 벨을 누른다.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성공, 그러지 못하면 실패다.

간소한 포맷이지만 ‘한끼줍쇼’는 ‘백종원의 골목식당’(SBS), ‘라디오스타’(MBC) 등 쟁쟁한 수요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한끼줍쇼’가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예능’의 재미와 ‘다큐멘터리’의 매력을 동시에 잡았다는 분석이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는 “서로 많이 소원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와 닮은 듯,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공감과 위로를 준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집으로 향하는 길보다 집 안에 들어가고 난 후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한 끼’ 자체보다는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에 무게중심을 둔다. 집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 출연자들은 가족들을 도와 상을 펴고 음식을 차린다. 상이 차려지면 밥상에 두런두런 앉아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눈에 띄는 건 매번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어떤 때는 노부부가 나오는가 하면, 대가족이 사는 집에서는 학생과 어린아이들이 등장한다. 보험설계사, 버스기사 등 다양한 직업과 여러 삶의 방식을 가진 식구들이 천천히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다채롭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훈훈한 모습들이 감동을 준다”고 했다.

물론 예능으로서 기본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두 MC의 감칠맛 나는 진행과 매회 새롭게 등장하는 게스트들은 볼거리를 더한다. 지금까지 다녀간 게스트만 150명이 훌쩍 넘는다.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그룹 멤버부터 이문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연예인들이다. 번번이 퇴짜를 맞거나, 즉석에서 만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에는 다른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있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방현영 PD는 “밥동무를 환영해주고, 많은 얘기를 나눠준 시민들 덕분에 프로그램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며 “새로운 현장의 이야기들을 발굴하기 위해 여러 형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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