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골프의 간판 전인지가 홈그라운드의 기를 받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년여 만에 우승을 거뒀다. 지난주 인천 송도에서 열린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조국의 첫 우승을 이끈 데 이어 투어에서도 1인자로 등극하며 고국에서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전인지는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내며 최종 16언더파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날 선두에 자리했던 찰리 헐을 세 타 차로 제치며 거둔 역전승으로, 2016년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5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 통산으로는 세 번째 우승이다.
3라운드까지 공동 4위에 머물렀던 전인지는 4라운드 초반부터 연이어 버디를 잡아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결국 전인지는 9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경기 중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전인지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10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주춤했지만 12번 홀에서 파를 세이브하는 칩샷에 극적으로 성공하며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전인지는 “보기가 다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신 있게 칩샷을 했는데 그대로 홀로 들어가 만족스럽고 기뻤다”고 말했다. 전인지의 우승을 이끈 이 칩샷은 대회 주최측에서 ‘오늘의 샷(shot of the day)’으로 꼽았다.
전인지는 데뷔 시즌인 2016년 신인왕과 베어 트로피(최저 평균타수상)를 동시에 수상하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했지만 이후 우승을 번번히 놓쳤다. 전인지는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이후 43개 대회에서 준우승만 6번 거두는 등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를 겪기도 했다. 우승 확정 이후 전인지는 “힘든 시간 속에서도 끝까지 믿고 응원해준 팬과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짐작케했다.
전인지는 지난주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우승을 한 경험이 부진 탈출의 계기였다고 소개했다. 전인지는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 팀원 중 유일하게 4전 전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전인지는 “지난주 우승이 제게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인지와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벌인 헐은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 최종합계 13언더파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이번 대회 아리야 주타누간, 다니엘 강, 이민지와 최종 12언더파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박성현은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9주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디펜딩챔피언 고진영은 마지막 날 보기 없이 8타를 줄이는 등 활약으로 공동 16위에서 7위(11언더파)로 막판 순위를 크게 끌어올리며 대회를 마쳤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