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웨이’ 신 루트 개척… 눈사태에 묻힌 불굴의 투혼

김창호 대장(49·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4명과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54)의 시신이 14일 네팔 현지에서 모두 수습됐다. 이들은 지난 12일 네팔 구르자히말 해발 3500m 지점에서 발생한 눈사태와 돌풍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부터 임일진 대원(49·다큐멘터리 감독), 김창호 대장, 이재훈(24·식량·의료 담당) 유영직(51·장비 담당) 대원. 카트만두포스트
 
네팔 현지 경찰 등이 14일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한 원정대원 시신을 국립대학병원에 안치하기 위해 옮기는 모습. AP뉴시스
 
히말라야 등반 도중 숨진 김창호 대장 등 한국인 5명과 현지 가이드 4명의 시신이 수습된 14일 서울 강남구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실 앞. 연맹 관계자들은 이르면 15일 현지로 출발해 장례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권현구 기자




히말라야 등반 중 사망한 김창호(49) 대장 등 한국인 원정대 5명과 현지 가이드 4명의 시신 수습이 완료됐다.

외교부는 14일 “네팔 포카라시에서 이날 한국시간 오전 10시30분쯤 구조 전문 헬기가 이륙해 시신 9구를 모두 수습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구르자히말 봉우리는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포카라시에서 북서쪽으로 70㎞ 정도 떨어져 있다.

현지에선 전날 소형 헬기로 사고 현장을 수색해 3500m 베이스캠프 부근에 원정대 시신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소형 헬기로는 시신을 수습하기 어려워 구조전문 헬기를 준비시켰다. 구조전문 헬기는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뜨지 못하다가 이날 기상이 양호해지자 시신 수습에 들어갔다. 사고 현장이 계곡인 탓에 전문가로 구성된 수습팀이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시신을 한 구씩 수습해 인근 마을로 운구했다. 이후 한국 원정대 시신을 수도 카트만두로 다시 이동시켜 국립 대학병원에 안치했다.

시신이 모두 수습됨에 따라 유족들과 산악회 관계자들이 이르면 15일 현지로 출발할 예정이다. 변기태 한국산악회 부회장은 “유족 17명, 대원들이 속한 각 산악회 5명을 합해 22명이 가기로 했지만 아직 티켓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티켓이 확보되는 대로 이르면 내일 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장례절차 지원 등의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창호 대장, 유영직(51·장비 담당), 이재훈(24·식량·의료 담당), 임일진(49·다큐멘터리 감독) 및 현지 가이드로 구성된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는 구르자히말 남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러 나섰다가 12일 사고를 당했다. 원정대는 3500m에 있는 캠프에 머물던 중 돌풍과 눈사태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준모(54) 한국산악회 이사는 히말라야 트레킹 도중 격려차 원정대를 방문했다가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장은 2013년 5월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를 무산소로 등정한 국내 대표 산악인 중 한 명이다. 최근에는 신루트 개척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2017 코리안웨이 인도원정대’를 조직해 히말라야 다람수라(6446m), 팝수라(6451m)에서 신루트를 개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눈폭풍이 아홉 명의 산악인을 영원히 산속으로 데려갔지만 신루트를 개척하려 한 그분들의 용기와 투혼은 결코 묻힐 수 없다”며 “한국인 대원들과 네팔인 셰르파, 가이드에게도 한국 국민들을 대표해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현길 이상헌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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