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추억… 무대서 다시 만나는 이영훈-김창완 명곡들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주인공 명우를 연기하는 배우 안재욱. CJ ENM 제공
 
음악을 사랑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주크박스 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의 한 장면. 써미튠즈 제공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의 후렴구. 익숙한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순간, 시린 공기가 흐르는 광화문 네거리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단 한 소절만으로 그 안에 담긴 정서가 오롯이 전해지는 것이다. 이런 명곡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사랑받는 이유다.

올가을 두 편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관객을 만난다. 국내 팝 발라드의 시초 격인 고(故) 이영훈(1960∼2008) 작곡가의 곡들로 채운 ‘광화문 연가’, 그리고 록그룹 산울림과 김창완밴드를 이끈 뮤지션 겸 배우 김창완(64)의 음악들로 구성된 ‘창문너머 어렴풋이’다.

‘광화문 연가’는 주인공 명우가 삶을 마감하기 1분 전에 인연을 관장하는 월하의 도움으로 옛사랑 수아에 대한 기억을 되짚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초연과 다른 버전으로 지난해 첫선을 보였는데, 4주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1년 만에 돌아온 ‘광화문 연가’는 다음 달 2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올해도 화려한 캐스트를 자랑한다. 안재욱 이건명 강필석이 중년 명우 역을 맡았다. 극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미스터리한 캐릭터 월하는 구원영 김호영 이석훈(SG워너비)이 연기한다.

공연은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세대불문 사랑을 받는 명곡들로 채워졌다. 김성수 음악감독의 멋스러운 편곡이 더해졌다. 고선웅 작가의 탄탄한 극본과 이지나 연출의 세련된 감각 또한 돋보인다.

지난달 개막한 ‘창문너머 어렴풋이’는 초연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0년대 봉천동 음악다방을 배경으로, 불의의 사고로 꿈과 희망을 모두 잃어버린 천재 뮤지션 창식(엄태형 박재한)과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 종필(우지원 나현우) 일행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다.

가수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재조명된 ‘너의 의미’를 비롯해 ‘아니 벌써’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 김창완의 히트곡들이 삽입됐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배우들임에도 수준급의 밴드 라이브를 들려준다. 흥겨운 리듬을 타고 잔잔한 위로까지 전해진다. 다음 달 4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시어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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