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우승팀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다. 숱한 코리안 빅리거들이 메이저리그를 거쳤지만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은 한국 선수는 김병현과 박찬호, 단 2명뿐이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김병현은 실망스런 성적을 남겼고 전성기가 지난 박찬호는 오히려 무난한 결과를 도출했다. 월드시리즈에 나서는 세 번째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은 어떤 투구로 자신의 이미지를 남길 것인지 주목된다.
김병현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월드시리즈에 나섰으며 우승반지까지 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주전 마무리투수였던 김병현은 시즌 19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현지언론들은 “김병현의 특이한 잠수함 투구폼과 라이징 패스트볼, 변화구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해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세이브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지만 막상 월드시리즈 성적은 좋지 못했다.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2승 1패로 우위를 보인 애리조나는 4차전 팀이 3-1로 앞선 8회 김병현을 투입했다. 김병현은 8회말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9회말 2사 후 양키스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동점 투런포를, 연장 10회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패전투수가 됐다. 하루 뒤인 5차전에서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김병현은 팀이 2-0으로 앞선 5차전 9회말 다시 등판했지만 스캇 브로셔스에게 동점 투런포를 내줘 2연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행히 6∼7차전 애리조나가 승리하며 우승했지만 김병현은 자칫 역적이 될 뻔했다.
1994년 MLB에 데뷔한 개척자 박찬호는 2009년에서야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전성기가 지난 박찬호는 그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었다.
박찬호는 양키스와의 2차전을 시작으로 4∼6차전 총 4경기에 출전해 3⅓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불펜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예상보다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필라델피아는 2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류현진은 23일 시작되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2018 월드시리즈 등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병현 박찬호와 달리 선발투수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포스트시즌 부진 탈피 여부가 관심사다. 류현진은 지난 20일 끝난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두 차례 원정 등판해 7⅓이닝 13피안타 7실점 평균자책점 8.59로 무너졌다. 이런 결과로 많은 비판을 받은 류현진이 월드시리즈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홈 극강의 면모를 보여줄 것을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