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길을 갈까, 아스널의 길을 갈까.’
14년간 프로축구 K리그 전북에서 장기 집권한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의 공백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간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9개의 우승컵을 안겨준 최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며 전북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홀로서기 하는 전북은 비슷한 문제로 고민했던 구단들을 참고해 이를 헤쳐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 감독이 15년 가까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1986∼2013 시즌)과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1996∼2018 시즌) 감독이 있다. 그러나 두 명장을 떠나보낸 구단의 미래는 엇갈렸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수렁에 빠졌다. 지난 5년간 감독 대행을 포함해 4명의 지도자들이 팀을 이끌었지만 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에버턴을 11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큰 기대를 모으며 퍼거슨 감독의 지휘봉을 물려받았지만 성적 부진으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뒤를 이은 루이스 판 할 및 주제 무리뉴 감독도 선수단과의 불화, 비효율적인 영입,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25일 “팀 안팎을 완벽히 장악했던 퍼거슨 감독의 그늘이 너무 커 후임자들이 극복하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의 퇴임 후 구단의 투자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아스널은 벵거 감독이 물러난 이후 오히려 더 세밀한 축구를 구사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벵거 감독의 뒤를 이어 이번 시즌 팀을 맡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최근 리그와 컵대회 포함, 10경기 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에메리 감독은 취임 후 루카스 토레이라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하고 짧은 패스 중심의 아름다운 축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아스널의 황금기를 다시 구가하고 있다는 찬사까지 나온다.
전북이 최 감독의 빈자리를 채우고 기존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기 감독은 김민재, 김신욱, 이동국 등 화려한 스타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모기업인 현대 자동차로부터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확보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김 해설위원은 “차기 감독은 선수단 장악 및 구단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이에 실패하면 팀이 흔들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북은 다음 시즌에 차질이 없도록 후임자를 이른 시일 내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