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김병현(39)이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호주야구리그(ABL) 멜버른 에이시스는 29일(한국시간) 구단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가장 위대한 한국 선수 중 한명이자 월드시리즈 영웅인 김병현을 갖게 됐다”며 그의 입단 사실을 알렸다.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질롱 코리아의 리그 참가와 함께 김병현도 뛰게 되면서 야구팬들 사이에 다음 달 개막하는 AB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잠수함’ 김병현은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함께 미국프로야구(MLB) 한국인 메이저리거 1세대로 통한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주목받은 김병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을 맺었고 이듬해인 1999년에 곧바로 데뷔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구위와 공격적인 피칭에 반한 벅 쇼월터 당시 애리조나 감독은 2000년 주전 마무리 매트 맨타이가 부상을 당하자 김병현을 대체 마무리로 기용했다. 김병현은 14세이브를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2001년은 김병현이 본격적으로 미국무대에서 진가를 알린 해다. 애리조나의 필승 계투이자 마무리로서 활약한 김병현은 플레이오프에서도 3세이브를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5차전에서 잇따라 홈런을 맞으며 리드를 날리는 등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갔다. 다행히 애리조나가 우승을 차지해 ‘역적’이 되지 않았다.
김병현은 2002년 생애 최고의 활약(36세이브 2.02)으로 내셔널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된다. 전설적인 공격형 포수 마이크 피아자가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투수”라고 했을 만큼 그의 구위는 절정에 달했다.
뛰어난 마무리로 인정받았음에도 항상 선발을 희망했던 김병현은 2003년 선발 투수로 전향했다. 하지만 그후 그의 커리어는 평탄치 못했다. 그해 시즌 도중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9승 16세이브로 제몫을 했다. 그러나 디비전시리즈 도중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손가락 욕설을 해 구설수에 오른 뒤 챔피언십시리즈 명단에서 제외됐다. 2004년 데뷔 후 처음 10경기 미만 출전에 그쳤고 그 뒤 저니맨 신세가 돼 많은 팀을 전전한다.
2007년을 끝으로 MLB 무대를 떠난 김병현은 2011년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뒤 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하며 한국프로야구(KBO)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넥센과 KIA 타이거즈에서 뛴 4년간 최다승이 5승에 그치는 등 부진했다. 김병현은 2016년을 마지막으로 KBO에서 새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도미니카리그의 문도 두드렸던 김병현은 최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꿈에 또다시 도전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불혹을 앞두고 다시 마운드를 밟을 김병현에게 팬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전성기적 그의 ‘마구’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아닌 야구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때문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