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시작된 전국체육대회가 내년 100회를 맞아 서울에서 열린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해온 서울·평양 공동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친선경기나 시범경기, 문화공연 등의 형식으로 북한이 전국체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31일 ‘제100회 전국체전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국체전은 17개 시·도의 대항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국내 대회인데 북측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전문가들 얘기가 많다”며 “북한 선수단의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지만 남측과 북측 대표단이 함께 하는 시범경기나 경평축구, 축하사절단 공연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주 국장은 그러나 “북·미 대화 상황에 따라 진전 속도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전국체전이 곧 있을 남북체육회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계획”이라며 “전국체전은 1920년도에 (남북이) 같이 시작한 대회이기 때문에 북한이 참여를 전격 결정하면 어떤 형식으로도 함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시장은 지난 2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남북 태권도 합동공연에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에게 전국체전 서울·평양 동시개최를 처음 제안했다. 이후 서울시는 정부와 북측을 상대로 공동개최 문제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00회 전국체전은 내년 10월 4일부터 7일간 잠실종합운동장 등 서울시내 69개 경기장에서 개최된다. 전국장애인체전도 내년 10월 15일부터 5일간 이어진다.
서울시는 오는 14일 박 시장을 위원장으로 국회의원, 서울시교육감, 서울시의회 의장, 대학총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각계 인사 133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국체전조직위원회를 출범시킨다. 남북협력, 체육, 공연·예술 분야 전문가와 25개 자치구에서 추천한 시민 등 130여명이 참여하는 ‘제100회 전국체전 성공기원을 위한 시민위원회’도 12월 6일 발족한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1920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체전과 관련한 각종 간행물과 사진, 동영상, 메달, 상패 등을 발굴해 전국체전 역사 홍보관과 사진전시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전국체전 기념우표도 발행한다. 개막 300일 전이 되는 12월 8일엔 서울광장에서 시계탑 제막식을 갖는다.
대회 마스코트는 서울시의 심벌인 해치를 바탕으로 전국체전은 ‘해띠’, 전국장애인체전은 ‘해온’으로 확정했다. 예산은 대회 운영경비와 경기장 개·보수비 등을 포함해 총 119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