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의 미래’ 정상에서 활동 접는다

10년간의 밴드 활동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음반을 발표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왼쪽부터 정중엽, 하세가와 요헤이, 이종민, 장기하, 이민기, 전일준. 두루두루AMC 제공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상한 음악이었다. 복고풍의 사운드와 멜로디는 그 옛날 산울림이나 강산에의 음악을 연상시켰는데, 노랫말은 동시대 젊은이의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랩인지 내레이션인지 노래인지 분간하기 힘든 곡의 흐름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음악을 들려준 밴드는 2008년 싱글 ‘싸구려 커피’를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등장한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개성 넘치는 음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강렬한 펑크나 달달한 팝이 양분하던 한국의 인디 음악계에서 이들이 선보인 음악은 분명 새로운 것이었다. 일부 평론가는 이런 평가를 내놓기도 했었다.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라고 말이다.

그런데 최근 이 밴드가 해체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지난 1일 이들은 마지막 음반이자 정규 5집인 ‘모노(mono)'를 발표했다. 앨범엔 모두 9곡인 담겼는데, 장기하와 얼굴들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복고풍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음반 제목을 ‘모노’라고 지은 건 여러 대의 마이크를 사용해 소리를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스테레오 방식을 버리고 마이크 하나로 녹음하는 모노 방식으로 앨범을 만들어서다. 음원 사이트에 접속해 이 음반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소개 글을 만날 수 있다.

“비틀스 1집의 오리지널 모노 LP를 구해 듣고 충격받았던 적이 있다. 소리들이 좌우로 펼쳐지지 않고 가운데에 다 몰려 있는데도 모든 악기가 명료하게 들렸고, 뭐랄까, 묘하게 더 집중하게 되는 사운드였다. 그때부터 모노 믹스를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밴드 멤버들은 신작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음반 발매일인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하는 “음악적으로 최고의 위치에 올랐을 때 해산하는 게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군더더기 없는 소리를 담는 게 목표였는데, 그런 기준에서 볼 때 이번 음반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잘 만든 것 같아서 후속작이 더 좋긴 힘들 거 같더군요. 그래서 멤버들에게 (밴드를) 그만하자고 제안했고 이렇게 해산하게 됐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당분간 TV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다음 달 29∼31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공연을 연다. 10년 활동의 마침표를 찍게 될 이 공연의 제목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히트곡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별일 없이 산다’로 정해졌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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