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김태형 VS ‘친구’ 힐만… 외유내강 두 명장 대결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에서 10년 만에 재회했다. 올 정규시즌 1, 2위였던 두 팀은 상대전적에서 8승 8패의 균형을 이뤘고, 한국시리즈에서 치열한 승부를 전개하고 있다. 우승 트로피를 두고 다투는 김태형 두산 감독과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모두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갖췄다. 김 감독은 뚝심있는 야구, 힐만 감독은 철저한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점이 차이로 볼 수 있지만 최고의 승부를 위한 냉철함과 평정심을 통해 팀을 이끌어온 지장으로서의 면모는 흡사하다.

두산은 2015년 김 감독 부임 이후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015, 2016년 한국시리즈(KBO) 2연패를 달성했고,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뒀다. 단기간에 두산을 한국프로야구 최고 팀으로 만든 김 감독은 평소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야구계 관계자는 물론 선수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한 형님 스타일이다.

하지만 털털한 이미지 속에 나름의 원칙이 있다. 바로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다. 그는 과거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장에선 지켜야 할 기본과 원칙이 있다. 기본을 벗어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면서도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외 영역에서는 서로 웃으면서 하자고 선수들에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양의지 등 고참급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않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질책하는 장면이 목격되곤 한다.

김 감독은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도 가졌다. 열심히 하는 선수는 칭찬하고, 이름값 없는 선수도 실력을 갖추면 충분한 출전 기회를 준다. 대신 부진한 선수에겐 2군행을 지시하는 냉정한 판단도 내린다.

일본과 미국 야구를 거친 힐만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SK를 지휘했다. 부임 후 소속팀을 2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그는 타자들의 거포능력을 극대화하면서 팀을 KBO에서 압도적 ‘홈런 군단’으로 키웠다. SK는 2년 연속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힐만 감독은 외국인 감독 특유의 친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부임 당시 “선수단과 팬에게 힘을 주고 평등한 관계 속에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SK에선 감독-선수 간 한국 특유의 수직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또 실수보다 선수들의 장점을 칭찬하는 것에 주력한다. 마치 과거 롯데 자이언츠를 맡으며 선수들에게 두려움을 없애고(노 피어·no fear) 자신감을 갖도록 주문한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리더십과 흡사하다. 한동민 김동엽 등 SK의 거포 유망주들이 힐만 감독 체제에서 긍정의 힘을 받아 꽃을 피웠다.

이런 힐만 감독도 승부에 관해선 냉정하다. 정확한 데이터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전술을 짠다. 투수 교체나 대타 기용, 수비 시프트, 타선 배치 등을 데이터 중심으로 펼치며 확률 높은 야구를 펼친다. 가을야구에 강했던 박정권을 적극 기용한 것은 힐만 감독의 야구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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