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렉시 톰슨(미국)의 와신상담으로 대단원을 마무리했다. 최종전에선 톰슨이 지난해 준우승 아픔을 달래며 우승컵을 들었지만 올 시즌 주인공은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사진)이었다. 주타누간은 최종전에서 평균타수상(Vare Trophy), CME 글로브 포인트 1위를 추가하며 주요 타이틀을 싹쓸이해 LPGA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선수들은 두 자릿수 승수 쌓기에 실패했지만 9승을 합작해 미국과 함께 최다승 국가가 됐다.
톰슨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25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마지막 홀에서 60㎝ 파 퍼트를 실패해 다 잡았던 우승 트로피, 올해의 선수상을 놓쳤던 톰슨이 1년 만에 절치부심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시즌 마지막 우승 트로피는 톰슨이 가져갔지만 골프 팬의 시선은 공동 5위를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주타누간에 더 많이 집중됐다. 주타누간은 비록 대회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CME 글로브 포인트 6750점으로 1위를 기록해 보너스 100만 달러를 받았다. 주타누간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도 CME 글로브 포인트에서 톰슨에 뒤져 보너스 1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주타누간은 또 시즌 평균 69.415타를 기록해 이민지(69.747타), 고진영(69.806타)을 따돌리고 평균타수상도 확정했다. 대회 시작 전 올해의 선수, 상금왕, 아니카 메이저 어워드, 리더스 톱10을 확정한 데 이어 추가 타이틀을 확보하면서 LPGA 주요 타이틀을 모두 쓸어 담았다. LPGA 사상 해당 타이틀을 모두 가져간 것은 주타누간이 처음이다.
올해 32개 LPGA 대회 중 28개 대회에 출전한 주타누간은 US 여자오픈을 포함해 3개 대회에서 우승(통산 10승)했다. 우승 횟수에선 2016년(5개)에 미치지 못하지만 주요 타이틀을 싹쓸이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17개 대회에서 ‘톱 10’에 들며 274만3949달러(약 31억원)의 상금도 가져갔다. 주타누간은 “(2016년) 많은 것을 이뤄 그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가별·선수별 우승을 놓고 봤을 때 올 시즌 LPGA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박성현(3회)을 비롯해 박인비, 고진영, 지은희, 유소연, 김세영, 전인지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9승을 합작했다. 4년 연속 최다승 기록을 이어갔지만 예전과 같은 압도적 지배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4년간 단독이 아닌 최다승 타이도 처음이다. 반면 미국은 2016년 2승, 2017년 7승에 이어 올해 한국과 공동 최다승에 오르는 등 완연한 상승세를 보였다. 태국 역시 주타누간을 필두로 5승을 수확, 만만찮은 실력을 나타냈다.
또 올 시즌 LPGA 투어 대회는 지난해(33개 대회)보다 숫자가 줄었지만 우승자는 더 많이 배출됐다. 32개 대회에서 26명의 우승자가 나와 지난해(22명) 보다 늘었다. 두 차례 이상 우승한 선수도 박성현, 주타누간, 브룩 헨더슨(캐나다), 하타오카 나사(일본) 4명으로 지난해(9명)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상대적으로 골고루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