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의 2018시즌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다사다난했다. 올해 초 정현은 한국인으로는 처음 그랜드슬램(호주·프랑스·US 오픈·윔블던)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세계랭킹을 19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잦은 부상으로 시합에서 탈락하거나 대회 자체에 불참했다. 성취와 약점이 모두 드러난 한해, 정현은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70∼80점을 주겠다”고 했다.
정현은 20일 서울 강남구 빌라드베일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좋지 않았던 몸 상태에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정현에게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역시 호주 오픈이었다. 그는 1월 호주 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4강 진출에 성공, US 오픈 16강까지 갔던 이형택을 제치고 새 역사를 썼다. 정현은 이 대회에서 어릴 적 롤 모델 노박 조코비치와 ‘신성’ 알렉산더 즈베레프 등 대형 선수를 연이어 꺾었다. 4강전에서는 ‘황제’ 로저 페더러와 겨뤘으나 물집 부상으로 아쉽게 경기 도중 기권패 했다. 정현은 “우상이었던 페더러와 같은 코트에 서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기억했다.
이후 랭킹 19위로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며 쾌조의 1분기를 보낸 정현은 뜻밖의 부상에 슬럼프를 겪었다. 지속적인 발목 통증으로 프랑스 오픈에 이어 윔블던까지 메이저대회에 연속 불참해야 했다. US 오픈에서는 오른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2회전에서 탈락했다.
물집 부상은 지독히도 그를 따라다녔다. 세계적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린 대가로 생긴 물집은 작지 않았다. 피가 고이며 잡힌 물집은 잠을 설치게 하거나 걷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줬다. 정현은 물집에 대한 질문에 “한국에서 치료받으며 회복하고 있다.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찾는 중”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훈련에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코트 바깥에서 느끼는 고독함도 정현을 괴롭혔다. 1년 내내 해외 각국을 다니며 개인 운동을 홀로 소화해야 했다. 정현은 “시합을 마치고 숙소에 혼자 들어오면 외롭다”며 “스스로 다독이고 금방 잊어버리려 한다”고 했다. 그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아픔과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정현은 코트로 돌아왔다. “테니스를 못 치는 동안 투어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이 그리웠다”던 그는 내년에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정현은 “악착같이 뛰며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저의 장점”이라며 “끈질긴 플레이는 계속 가져가겠다”고 약속했다.
정현의 다음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올해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정현은 비시즌 기간 태국으로 건너가 동계훈련을 진행한다. 체력 훈련과 유연성 향상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방극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