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사랑하는 곡… 아껴놓은 아름다움 노래할 것”



성악가 김세일(41·사진)은 성탄절과 부활절 즈음이 연중 가장 바쁘다. 유서 깊은 유럽 공연장들이 앞다퉈 그를 바흐의 ‘마태 수난곡’ 등 오라토리오(종교적 극음악) 에반젤리스트로 청하기 때문이다. 에반젤리스트는 작품의 해설자이자 주인공으로 섬세한 음색과 가사 전달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동양인이 맡는 경우는 드물다.

그가 피아니스트 손민수(42)와 함께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20곡 전곡을 연주한다. 테너인 김세일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곡은 리릭 테너가 부를 때 그 매력이 가장 극적”이라며 “내가 너무 사랑하는 곡이다. 그동안 아껴놓은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독일 시인 뮐러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된 작품이다. 한 청년이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사랑했으나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비극적 줄거리다. 김세일은 “누구나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랑의 상실을 절절하게 담고 있는 노래”라면서 “무대에서 이 노래 전곡을 연주하기는 처음이라 떨리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그래미상을 3차례 수상한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는 김세일의 목소리에 대해 “절대적으로 정확한 발음, 탁월한 음악성, 한마디로 고귀한 소리”라고 평했다. 이런 음색이 그를 리트(독일 가곡) 전문가수이자 ‘단골’ 에반젤리스트로 만들었을 것이다. 2005년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입상은 김세일을 종교 음악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1차 심사 때 같은 노래를 같은 소절에서 세 번이나 틀렸다. 당연히 탈락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1심을 통과했고, 최종 2위에 입상했다. 모두 기도하는 부모님 덕분이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과 스위스 제네바 음악원에서 공부한 김세일은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성악가상 등을 수상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민수는 2006년 캐나다 호넨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서울예고 1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고교 시절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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