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6시30분. 평소라면 조용할 평일 저녁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호주 원정을 치르고 입국하는 축구 대표팀을 기다리는 100여명의 팬들로 들썩였다. 여학생 팬들은 사인받기 위해 준비한 종이와 펜을 쥔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좋아하는 선수에게 주려는 선물꾸러미를 한 아름 안은 팬도 있었다. ‘빛인범’ ‘김승규’ 등 선수들의 별명과 이름이 적힌 팻말도 눈에 띄었다.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들이 줄지어 나오자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환호가 터졌다.
호주전과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지막으로 올해 A매치 일정을 마무리한 벤투호가 이날 기분 좋게 돌아왔다. 대표팀은 주축 선수들이 여럿 빠진 채 나선 첫 원정길에서 호주와는 1대 1 무승부를 거뒀고, 우즈베키스탄은 4대 0으로 대파했다. 벤투 감독은 취임 후 6경기 무패(3승 3무)를 달성, 대표팀 감독 데뷔 후 최다 무패 기록을 경신했다.
축하와 응원으로 들뜬 입국 분위기와 달리 벤투 감독은 차분히 지난 경기를 복기하며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은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친선전 가운데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도 있었는데, 앞으로 잘 분석·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주전 멤버가 불가피하게 빠지며 가동한 플랜 B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호주 원정을 앞두고 손흥민·기성용은 휴식 등의 이유로, 정우영·황희찬·이재성은 부상으로 제외됐다. 장현수는 대체복무 봉사활동 관련 스캔들로 낙마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기회를 통해 최대한 많은 선수를 대표팀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대표팀과 소속팀(감바 오사카)에서 연이어 득점하며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한 황의조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의조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른 후 소속팀에서 계속해서 골 감각을 유지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황의조는 이번 호주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올 한 해만 33골을 넣은 황의조는 “내년에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며 웃었다.
인천공항=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