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시대가 낳은 ‘상큼 발랄’ 글쓰기 노동자.” 작가 이슬아(26)를 수식할 말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간 이슬아’를 창간해 SNS로 구독자를 모집하고 매일 글을 써서 대학 학자금을 갚고, 글쓰기 강의에 웹툰까지 그리면서 만만치 않은 창작의 정글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좋은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만 아는 게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걸 다른 사람한테도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슬아는 지난달 그림 에세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문학동네)와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나란히 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엄마와의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글과 그림으로 담은 것이다. 독립출판물로 나온 수필집은 지난 2월부터 반년간 ‘일간 이슬아’에 쓴 글 모음이다. 작가는 “엄마 얘기는 글과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작업했고 ‘일간 이슬아’ 연재물은 매일매일 고민하면서 열심히 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책은 요즘 책으로는 출간한 지 한 달도 안 돼 3, 4쇄를 각각 찍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림 에세이는 언제나 딸을 지지하는 엄마의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이슬아는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다정하다. 그 다정함이 내게 어마어마한 힘을 준 것 같고, 앞으로도 오랜 시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했다.
책 속에 나오는 엄마의 다정함이란 이런 것이다. 작가가 대학에 다닐 때다. 커피전문점을 그만두고 시급 3만원인 누드모델을 하겠다고 했다. 엄마는 “알몸이 되기 전에 네가 걸치고 있는 옷이 최대한 고급스러웠으면 해”라며 자신의 구제 옷가게에서 가장 비싼 코트를 골라 딸에게 건네줬다. 이 엄마는 서빙 직원, 보험설계사, 옷가게 운영 등 온갖 일을 하며 남매를 키운다. 고단한 일과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땀 밴 자기 양말을 벗어 냄새를 맡는 사람이다. “구수한 냄새가 좋다”면서.
그런 엄마를 보며 자라서일까. 이슬아는 열아홉 살 때 독립해 계속 돈을 벌었고 글 쓰는 일에도 누구보다 성실하다. 이슬아는 “힘들고 어렵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글쓰기 노동자로 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글을 쓰려면 늘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하고, 삶에 긴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게을러질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쓴 글엔 특유의 씩씩함이 있다. 이슬아는 이 의견에 대해 “명랑한 캐릭터를 마음속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웃었다. 작가는 20대 초중반에 누드모델,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등으로 일했다. 2013년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수상으로 데뷔했다. 지난 2월 매월 1만원 구독료를 받고 작가가 독자에게 글을 직접 발송하는 메일링 서비스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내년 1월부터 다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