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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 “연기에 안주하는 건 독, 스릴러 도전한 이유죠” [인터뷰]

영화 ‘도어락’의 주연배우 공효진. 그는 “굳이 여성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현대인은 누구나 고립감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나. 주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상기해주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도어락’에서 무방비하게 범죄에 노출된 평범한 여성을 연기한 공효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현관문 도어락에 잔뜩 묻어있는 낯선 이의 지문. 한밤중 정체불명의 사람이 문고리를 흔들어대는 소리. 심지어 집안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까지 발견된다면. 말 그대로 ‘현실 공포’다. 혼자 사는 여성에게 이보다 더 소름 끼치는 일은 없을 테니.

“저는 원래 무서운 거 못 봐요. 스릴러나 공포영화도 피하는 편이에요. 한 번 보면 후유증이 길게 가더라고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도 망설여져요. 저는 두 다리 쭉 뻗고 자는데 보신 분들이 후유증에 시달리시면 너무 미안하잖아요.”

신작 ‘도어락’으로 돌아온 배우 공효진(38)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장르도 장르이거니와 민감한 소재를 다룬 터라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거운 메시지에 치중한 영화는 아닌데 사회적 분위기상 더 진중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개봉 시기가 적절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사회적 이슈들을 수면 위로 끌어낸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영화라는 게 단순히 그 순간만 즐기고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답답하고 짜증나.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싶은 순간, 우리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니까요.”

오는 12월 5일 개봉하는 ‘도어락’은 여성 대상 범죄를 다룬 영화다. 계약직 은행원 경민(공효진)은 자신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괴한이 침입하고 살인사건까지 벌어지며 불안감에 휩싸인다. 공효진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인데, 특히 혼자 사는 여자들은 더 공포감을 느끼실 것 같다”고 했다.

처음부터 선뜻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었다. 스릴러 장르의 빤한 구성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제 발로 위험에 뛰어드는 식의 흐름은 식상하다고 느꼈다. 이권 감독에게 직접 ‘이런 클리셰들은 정말 지루해요’라고 말했을 정도. 그러면서도 이 작품에 참여하기로 한 건 연기적인 갈증 때문이었다.

“저 스스로를 괴롭히는 영화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미쓰 홍당무’(2008) 때처럼 나를 극도로 몰아가면서도 정신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었죠. ‘고령화가족’(2013) ‘미씽: 사라진 여자’(2016) ‘싱글라이더’(2017) 같은 작품을 할 때는 안정감을 느꼈거든요. 그게 제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효진은 “경민은 내가 연기해 온 인물들 중 가장 평범하고 드라마틱하지 않은 캐릭터”라며 “그렇다면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현실감을 불어넣는 게 중요했다. 무모한 객기를 부리기보다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관객의 공감을 살 것이라 판단했고, 그에 따라 디테일한 설정을 잡아나갔다.

“스릴러 영화에서 피해자를 그리는 익숙한 방식을 뒤집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장르적인 한계가 있더라고요. 예컨대 주인공이 망설일수록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편집된 부분이 많아요. 영화를 끝내고 나서 ‘과연 내가 잘한 건가’ 고민이 많았는데, 좋은 평가를 들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어요.”

브라운관 흥행 불패를 자랑하는 자타공인 ‘드라마 퀸’. 그런 그가 스크린에서만큼은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로맨스 드라마에선 열에 아홉은 캔디 같은 여주인공이에요. 그런 반복이 답답할 때가 많죠. 영화에선 좀 더 실험적이고 대범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차기작 ‘뺑반’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 형사로 나온답니다(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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