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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내게 쏠리는 기대, 부담은 돼도 흔들리진 않아” [인터뷰]

19일 개봉한 영화 ‘마약왕’의 주연배우 송강호. 도경수 주연의 ‘스윙키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연말 흥행 대결을 벌이게 된 그는 “대진표를 보니 다양해서 좋더라. 관객들이 이것저것 맛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약왕’은 ‘내부자들’(2015)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으로, 이 영화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쇼박스 제공
 
영화 ‘마약왕’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친숙함에 몸을 실으면 거침없는 소용돌이를 거쳐 강렬한 생경함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마약왕’이 선사하는 변화무쌍함이란 그런 것이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송강호(51)의 거의 모든 얼굴들이 그 안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송강호 연기의 완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년 전 ‘초록물고기’ ‘넘버3’ ‘살인의 추억’ 같은 작품에서 보여드린 유쾌함을 이번 작품에서 유연하게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들이 반가워하시리라 싶었죠. 반면 후반부에는 지금껏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이 있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초반부의 경쾌한 리듬감과 후반부의 전형적이지 않은 구성이 모두 좋았다”며 “특히 후반부에는 연극 형식을 빌려와 독백과 방백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봤는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실화를 영화화한 ‘마약왕’은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 이두삼(송강호)의 일대기를 다룬다. 하급 밀수업자로 살다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 뜨면서 마약계의 대부로 거듭나는 인물. 다시 말해 돈과 권력을 좇다 스스로 파멸하는 남자의 흥망성쇠가 그려진다.

“이 영화는 비뚤어진 욕망과 집착이 파멸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통제할 수 있는 선이 무너졌으나 그 선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랄까요. 그 끝을 알면서도 쾌락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 최근작들에서 연기한 소시민 캐릭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특히 후반부 20여분간 마약에 취한 연기를 펼치는 부분에선 광기마저 느껴진다. 송강호는 “체화하기 쉽지 않은 연기였다. 상상력을 동원해 연구하고 연습하는 과정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그는 “관객들이 그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되기도 했지만 작품의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기할 당시에는 신이 나고 즐거웠다. 만족스럽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두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극 중 송강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조정석 배두나 김소진 이성민 윤제문 이희준 조우진 김대명 등 걸출한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흘러가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송강호는 “명확한 적대자가 존재하는 익숙한 구조가 아니어서 낯설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마약왕’을 비롯해 그가 출연하는 모든 영화는 ‘송강호’라는 배우의 능력치와 이름값에 기대는 경향이 짙다. 송강호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작품 활동을 해 나가는 나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할 만큼은 아니다. 늘 자극이 되는 정도의 부담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때로 외롭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죠. 그런 과정들이 행복할 수만은 없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협업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이 있기에,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작은 힘이 됩니다.”

‘마약왕’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 두 작품을 차례로 선보인다. 송강호는 “늘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배우로서의 욕심을 끝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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