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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서울 도심 저속도



새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과 관련한 광장 재구조화 설계안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광장의 이순신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을 옮기고 그 공간에 촛불집회 상징 이미지를 넣는 내용 때문이다. 새 광화문광장은 온 국민이 마음속에 자긍하는 의미로 간직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인들도 새 광화문광장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의 고갱이를 의식에 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행자의 보행속도와 시야, 생각이 일체감을 이뤄야 한다. 빠르게 걸어야 하고, 보행동선이 자주 끊기고, 걷기가 불편하면 보고 이해하는 데 방해받기 마련이다. 거창하게 꾸며 놔도 보행자들의 뇌리에 새겨지지 않는다면 재구조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서울의 보행권이 새 광화문광장 조성을 계기로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설계안만 봐도 왕복 10차로가 6차로로 줄고, 광화문 앞 삼거리 교차로도 170m 이동하는 등 도로선형이나 환경이 크게 바뀐다. 광화문광장과 주변은 물론 서울 도심 보행권이 강화될 여지는 충분하다. 서울시는 보행자 안전강화를 위해 오는 7월부터 ‘안전속도 5030 사업’을 전면 시행한다고 지난달 초 발표한 바 있다. 사대문 안 차량 제한속도를 간선도로의 경우 시속 50㎞, 이면도로 시속 30㎞로 낮추는 것이다. 기존 제한속도는 시속 60㎞였다. 적용도로는 사대문 안과 청계천로 전체구간 등 대표적 보행 밀집구역 41곳이다. 오는 3월까지 교통안전시설 개선공사를 하고 3개월 유예기간을 거친 뒤 하반기부터 제한속도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차량 주행속도가 시속 60㎞인 경우 보행자 중상가능성이 92.6%, 시속 50㎞ 때 72.7%, 시속 30㎞ 때 15.4%로 낮아진다. 올해 서울 부산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안전속도 5030 사업’을 적극 준비 중이다. 도심 제한속도 하향은 세계적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정하고 있다.

보행자와 교통약자에게 서울 도심은 아직 그다지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서울시 전체에서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연간 200명 안팎으로 전체 교통사고사망자의 절반을 넘는다. 특히 사대문안 면적은 서울의 1.2%에 불과한데 전체 교통사고의 4.1%, 전체 교통사고사망자의 3.7%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 서울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가 되려면 보행친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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