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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뺑반' 주연배우 류준열 인터뷰] “매 작품 새로운 나를 만나”

영화 ‘뺑반’을 시작으로 올해 스크린 활약을 예고한 배우 류준열. 그는 “영화는 관객을 기분 좋게 배신해야 한다는 한준희 감독님 말씀에 공감이 간다. 나도 예상과 다른 독특함이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뺑반’이 그런 영화”라고 소개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뺑반’에서 에이스 순경 민재를 연기한 류준열. 쇼박스 제공




참으로 한결같다. 배우 류준열(33)이 뿜어내는 건강한 에너지 말이다. 전작 ‘독전’(2018) 이후 8개월여 만.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느 때처럼 살가운 인사부터 건넸다.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는. “잘 지내셨죠. 영화는 어떻게 보셨어요?”

지치지 않는 그의 활력은 작품 행보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2016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 신드롬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에 매진해 왔다. 2017년 ‘더 킹’ ‘택시운전사’ ‘침묵’, 지난해 ‘리틀 포레스트’ ‘독전’까지 쉼 없이 달렸다. 소처럼 일한다고 해서 ‘소준열’이라 불리는 그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 세 편으로 연달아 관객을 만난다. 어쩌면 류준열은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일 터. 그 시작을 고하는 작품이 ‘뺑반’이다. 30일 개봉한 영화에서 그는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의 에이스 순경 서민재를 연기했다.

어딘지 어리바리해 보이는 민재가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 엘리트 형사 은시연(공효진)과 함께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 대기업 대표 정재철(조정석)을 둘러싼 비리들을 파헤치는 게 극의 얼개다. 민재는 강렬한 두 캐릭터 사이에서 점층적으로 존재감을 키워가다 끝내 방점을 찍는다.

반전을 품은 캐릭터를 연기한 류준열은 “변화가 있는 데다 그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크다는 점에서 이 인물에 끌렸다”고 말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한 설정들도 가미했다. 덥수룩한 머리와 오래된 폴더 폰, 그리고 감정의 창구인 눈을 가려주는 안경.

“너드(nerd·멍청이) 같으면서도 천재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단순한 ‘괴짜’가 아니라 사회의 시스템과 매뉴얼에서 동떨어진 인물로 만들고자 했죠. 1, 2부를 나누어 연기했는데, 1부에선 속을 알 수 없는 건조한 느낌이었다면 2부에선 격한 파도를 겪은 뒤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어요.”

순진무구한 얼굴 뒤에 냉소적인 면모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독전’의 서영락 캐릭터와 비교되기도 한다. 류준열은 “락은 순수와 절대악 사이를 오가는 인물이라면 민재는 인간적인 친구”라며 “감정 기복이 적은 실제 나의 드라이(dry)한 성격을 민재에게 씌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뺑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강렬한 차 추격신이다. 카 체이싱 액션의 90% 이상을 배우들이 직접 소화했다. “우리만의 독특한 카 체이싱을 만들고 싶었어요. 차의 움직임에도 감정이 묻어났으면 했죠. (의도한 바가) 효과적으로 드러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매 작품마다 자신의 내재된 면을 꺼내어 캐릭터를 구축하는 편이냐는 질문에 류준열을 문득 최근의 고민을 꺼내 놓았다. “그동안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 류준열의 이런저런 면을 만나며 재미있는 경험들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가 역할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 같더라”는 것이다.

“문득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지만 혼란스러워 하거나 속상해 하거나 우울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 모두가 저이니까요. 배우 생활을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다작(多作)에 따른 남모를 후유증을 겪고 있는 건 아닐까. 류준열은 그러나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보다 즐기려 하고 있다. 내 안에 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다음 작품으로 만나볼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오히려 기다려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뺑반’ 이후에는 범죄물 ‘돈’과 사극 ‘전투’ 개봉을 앞두고 있다. 류준열은 “작품을 하면 할수록 배우, 스태프들과의 동료의식이 느껴져 행복하다. 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재미있게, 기분 좋게 일을 하다 보니 결과도 좋은 게 아닌가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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