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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한국형 슈투트가르트



‘아우토(Auto)5000’은 2001년 8월 설립된 폭스바겐 자회사다. 폭스바겐이 1999년 말 월급 5000마르크(약 300만원)로 5000명의 실업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자고 금속노조에 제안했다. 폭스바겐 근로자들보다 월급이 20%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독일 금속노조도 처음에는 우리 민주노총 금속노조처럼 반대했다. 협상이 결렬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결국은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볼프스부르크에 공장이 설립됐다. 설립 3년 만에 미니밴 시장의 27%를 점유했다. 2007년에는 이 회사의 인기 모델인 티구안도 생산했다. 실업률이 17%까지 치솟았던 볼프스부르크는 이 공장으로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2009년 폭스바겐에 통합됐다. 일자리의 중요성을 우선순위에 둔 독일 노사정의 공동 작품이었다.

아우토5000을 모델로 했다는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타결됐다. 연봉은 3500만원이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교육·의료 혜택으로 소득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 사실 평균 9200만원이 넘는 기존 자동차 업체의 고임금 구조가 더 문제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62만8000㎡ 부지에서 1000㏄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명, 간접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한국노총은 찬성하는데 민주노총이 여전히 노동자 권리 운운하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 권리도 매우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없으면 노동자 권리도 없다. 민주노총은 경차 공급과잉 문제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혜를 모아 해결할 문제이지 총파업을 하면서 거부할 사안이 아니다.

노사 상생형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는 단순히 지방에 자동차 공장 하나 더 짓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다른 지역과 업종으로 퍼지고 한국 제조업의 활로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른바 ‘한국형 슈투트가르트’의 꿈이다. 벤츠와 포르쉐 공장 등이 있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는 1990년대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 속에서 노사정 협력과 제조업 혁신을 통해 2000년대 경제성장률을 독일 평균의 두 배 수준인 4%대로 끌어올렸다. 실업률도 절반 수준인 5%로 낮췄다. 광주형 일자리가 제조업 혁신의 요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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