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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의인 윤한덕



설 연휴 근무 중 과로로 숨진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집에 들어와 15분간 식사를 한 뒤 4시간가량 잠을 자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부인은 남편 속옷을 병원에 갖다 주곤 했는데, 바쁜 남편은 속옷을 받으러 나올 시간도 없어 그냥 남편 차 안에 속옷을 넣어 두고 오곤 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 그랬어도 안타까울 텐데, 그는 응급환자들을 위해 이렇게 일했다. 돈 욕심이 없어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셋집에 살면서.

응급의료센터는 의사들이 잘 가지 않으려는 분야다. 그래서 인력이 부족하다. 외래 의사는 예약 환자 수백명을 볼 수 있으나 응급 의사는 밤을 새워가면서 한두 명을 볼까 말까해 병원 입장에서도 돈이 안 된다. 윤 센터장은 SNS에 “오늘은 몸이 세 개, 머리는 두 개였어야 했다.응급의료는 연휴만으로 재난”이라며 인력 부족을 호소한 적이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전국 응급실 532곳과 권역외상센터 13곳의 응급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응급환자가 치료 분야가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의사들의 협진을 받지 못해 숨지는 현실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대한의사협회 입장과 달리 그는 119 구급대원이 심전도도 잴 수 없도록 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일 공식 일과를 마친 그는 4일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과 설 연휴 기간 중 고향 광주에 갔다오기로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응급환자 수술이 있으면 전화를 못 받곤 해서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이틀 동안 연락이 안 됐다. 부인이 병원을 찾아가 의자에 앉은 채로 숨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윤 센터장은 이국종(50)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과 나이도 비슷하고 하는 일도 비슷하다. 둘 다 지방대 의대를 나와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 이 센터장은 외상 분야에서 일해 왔다. 윤 센터장이 숨지자 이 센터장이 “응급의료계의 영웅이자 버팀목이 떠나갔다.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듯이 두 사람은 힘든 일을 하는 가운데서도 서로 존경하고 격려하며 헌신해 왔다. 이 센터장은 자신의 책 ‘골드아워’에서 윤 센터장에 대해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생각 이외에는 어떤 다른 것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썼다. LG는 그에게 의인상을 주기로 했다. 상을 떠나 의사다운 의사 한 명을 잃어 안타깝고 슬프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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