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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보너스냐, 세금폭탄이냐



2월이면 월급쟁이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전년도 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를 정산한 결과물인 ‘13월의 급여’가 나오기 때문이다. 간이세액표에 따라 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 총액이 각종 소득·세액공제를 반영해 산출한 결정세액보다 많으면 더 낸 만큼 돌려받는다. ‘13월의 보너스’다. 하지만 결정세액보다 적으면 부족분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13월의 세금폭탄’으로 인해 ‘2월 보릿고개’를 겪게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연말정산은 과세와 납세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불가피한 제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연말정산은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기대감을 안긴다. 대체로 세액을 돌려받는 경우가 추가 납부해야 하는 경우의 4배가량이어서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근로소득분 연말정산 신고 대상자 1800만5000여명 가운데 환급 받은 경우는 1200만3000명(66.7%), 추가 납세한 경우는 321만9000여명(17.9%)이었다. 환급액은 평균 55만원, 추가 납세액은 평균 85만원이었다. 263만명(14.6%)은 소득이 적어 원천징수된 세금이 아예 없었고, 원천징수 세액과 결정세액이 정확하게 일치한 경우는 14만7000명(0.8%)에 불과했다. 연말정산은 사실 조삼모사(朝三暮四)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언제 내든 세금을 더 많이 낸 사람은 돌려받고, 덜 낸 사람은 더 내도록 해 과세액과 실제 낸 세금을 일치시킨다. 많게는 수천만원, 수백만원을 돌려받거나 토해 내지만 누구에겐 이득이고, 누구에겐 손해가 아니다. 그런데도 기분은 천양지차다. 환급을 받으면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고 추가 납부 대상이 되면 생돈을 내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소득·세액 공제액이 개인별로 제각각이라 형평성 논란도 있다. 근로소득이 같더라도 가구 구성원, 소비 내역·방식 등에 따라 결정세액이 다르다. 미혼자나 1인가구는 공제 비중이 큰 인적 공제 혜택이 적어 ‘연말정산=싱글세’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퇴직연금 세액공제 확대, 벤처기업 출자액 소득공제 확대 등 정책적 필요에 따라 공제 혜택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연말정산은 난수표라는 불만을 부른다. 행정편의에 안주하지 말고 원천징수 세액의 정확도를 최대한 높이고 연말정산은 미세조정에 그치도록 제도 개선을 강구해야 하는 건 아닌지. ‘세금폭탄’ 고지서를 받아들고 황당해 하는 월급쟁이들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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