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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염성덕] 메뚜기 재앙



우리 농촌 들녘에 메뚜기가 흔했던 때가 있었다. 맹독성 농약을 치지 않고 농작물을 키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논에 나가 메뚜기를 잡았다. 간식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에 볶거나 튀긴 메뚜기는 인기가 많았다. 주점에 메뚜기를 팔아 군것질을 할 수 있는 용돈도 벌었다. 메뚜기가 농부들에게는 골칫거리였지만 아이들에게는 유익한 곤충이었다.

지난해 말 곤충학자가 쓴 에세이에 관한 기사들이 언론에 실렸다. 메뚜기 박사인 마에노 울드 고타로의 저서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해나무)에 대한 서평이었다. 비정규직 곤충학자인 마에노는 메뚜기가 출몰하는 모리타니로 떠난다.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메뚜기를 연구해 아프리카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학문적 업적도 쌓아 정규직으로 취직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국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최악의 가뭄으로 메뚜기가 자취를 감췄다. 수입도 없고 통장 잔액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메뚜기 떼의 출현을 기다리는 날이 지속됐다. 경험담을 블로그에 올리고, 책을 쓰고, 메뚜기 복장으로 동영상 생중계를 했다. 모험담이 퍼지면서 응원군이 늘어났다. 메뚜기 연구 업적과 열정을 인정받아 교토대학 연구센터에서 5년간 일하는 꿈도 이뤘다. 모리타니를 떠나던 해에는 어마어마한 메뚜기 떼도 목격했다. 마에노에게 메뚜기는 유용한 곤충이다.

하지만 메뚜기가 뭉치면 거대한 재앙이 된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는 10가지 재앙이 나온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을 허락하지 않는 바로에게 재앙을 내린 것이다. 물이 피로 변하는 첫째 재앙을 시작으로 개구리·이·파리의 출몰, 가축의 죽음, 악성 종기, 우박에 이어 여덟째 재앙으로 메뚜기가 등장한다. “메뚜기가 온 땅을 덮어 땅이 어둡게 되었으며 메뚜기가 우박에 상하지 아니한 밭의 채소와 나무 열매를 다 먹었으므로 애굽 온 땅에서 나무나 밭의 채소나 푸른 것은 남지 아니하였더라.”(출애굽기 10장 15절)

펄 벅의 장편소설 ‘대지’에도 메뚜기 떼가 나온다. “주위가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요동쳤다.” 메뚜기 습격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표현이다. 최근 홍해 주변 나라들이 메뚜기 공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 150㎞를 이동하며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국가별 식량안보에 위협을 줄 정도다. 이쯤 되면 해충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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