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노희경] ‘교회오빠’ 욥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욥 1:1) 구약성경 욥기의 주인공 욥은 하나님으로부터 크게 칭찬받은 인물이다. 그런 욥을 사탄이 시험한다. 인간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온갖 고난이 하루아침에 휘몰아친다. 전 재산을 빼앗기고 집이 무너져 내려 사랑하는 자식이며 종들까지 모두 잃는다. 극심한 피부병에 걸려 기와로 몸을 벅벅 긁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살면서 이런 고난을 당해본 적 없고, 감히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기에 솔직히 욥이 겪은 고통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목사님의 설교나 간증, 책 등을 통해 ‘고난이 축복이다’ ‘고통 가운데 하나님을 만났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욥은 고통이 더할수록 그것을 축복의 통로로 여기며 하나님 앞으로 더 다가섰다. 어떻게 고난이 축복인가.

최근 영화 한 편을 보면서 고난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영화는 2017년 KBS 스페셜 ‘앎: 교회오빠’를 통해 전 국민을 울렸던 고(故) 이관희 집사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교회오빠’다. 딸이 태어나자마자 접한 자신의 대장암 4기 판정,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아내의 혈액암 4기 판정 소식까지 이 집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마주한다. 영화를 제작한 이호경 감독은 “너무 소름 끼치는 사연에 일부에선 ‘이거 소설 아냐’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어둡고 무서운 상황이라 섭외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한 요양원에서 열린 노래자랑대회에서 ‘다함께 차차차’를 밝게 부르며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집사님 모습에 적극적으로 섭외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투병 중에도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늘 감사했다. 마치 욥이 하나님만 찾고 온전히 그분 앞에 섰던 것처럼 이 집사는 고난 앞에 서지 않고 오로지 예수님 앞에 당당히 섰다. 극한 고난의 상황에서도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끼며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결말은 해피엔딩일 줄 알았다. 이런 여운을 남긴 채 방송도 마무리됐다.

영화 ‘교회오빠’에선 방송 후 대장암이 재발한 이 집사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엔 추가 촬영을 거부했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끝으로 현재 추적관찰 중인 아내 오은주 집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영화를 찍는 것이 믿는 자에게나 믿지 않는 자에게 무슨 유익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촬영을 거부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눈부신 삶을 사는 사람을 증거로 삼기도 하지만 고통 속에서 주님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도 증거로 삼으신다’며 촬영을 승낙했다. 직감적으로 남편은 이것이 마지막 사명임을 알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교회오빠’는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는 중에도 이 모습을 통해 누군가는 복음을 듣게 되길, 또 희망을 얻길 바라며 촬영을 이어갔다. 온전한 정신으로 성경 말씀을 읽어야 한다며 끝까지 진통제를 거부하는 장면에선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그리고 마흔이 되던 자신의 생일날, 꿈꾸듯 하나님 품에 안겼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새드엔딩일까.

치유상담가인 윤득형 목사는 ‘슬픔학 개론’이란 책에서 잘 사는 것(Well-being)과 잘 죽는 것(Well-dying)은 어떻게 생각하면 하나의 주제라고 언급했다. 어떻게 죽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죽음을 저 멀리 있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을 사는 삶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데, 이 집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를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허투루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직감한 마지막 사명은 이것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고난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삶을 좀 더 단장하고 애틋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별거 아닌 일상을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게 됐다.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감사거리가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고난은 삶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이정표였다. 이 모든 게 ‘교회오빠’ 욥이 안겨준 결말, 고난의 유익이다. 영화 ‘교회오빠’는 오는 1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봤으면 좋겠다.

노희경 종교2부장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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