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김명호] 미국의 새롭고 거친 억제력



중국이 1839년 아편전쟁 이후 힘의 열세를 처참하게 느낀 건 1995~96년 대만 미사일 위기 때다. 당시 미국은 핵항공모함 2척을 대만해협에 보냈다. 80대 이상의 함재기와 핵잠수함, 각종 전투함을 거느리는 핵항모전단의 화력은 웬만한 국가의 국방력과 맞먹는다. 중국 지도부와 해군은 치욕적이지만 꼬리를 내려야 했다. 이후 중국은 대양해군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2016년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을 돌파했다고 선언했고, 2030년까지 제2도련(요코스카∼괌∼인도네시아)까지 해·공군력이 가겠다는 게 목표다. 태평양 서쪽 반쪽에서 미국을 격퇴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실상 내해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에 미 군함이 진입하는 걸 치욕으로 생각한다. 미·중 무역협상을 앞둔 지난달 28일 미 군함 두 척이 ‘항행의 자유’ 일환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올들어 한 달에 한 번꼴이다. 그때마다 중국은 발끈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후 아태 지역에서 미 해·공군의 무력시위는 태평양을 치고 들어오려는 중국을 거칠게 방어하는 행위이며, 무역전쟁도 의식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은 경제력에서 나온다.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은 엄청난 경제력을 쌓았고 위안화의 힘과 일대일로 정책으로 주변국을 규합하는 중이다. 이를 막으려면 힘의 원천, 즉 중국의 돈줄을 죄어야 한다. 무역전쟁에서 미국은 무조건 중국에 치명상을 입혀야 한다. 그래서 화웨이를 건드리고 관세폭탄 투하를 경고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마치 기존 조폭이 도시 중심상권을 장악해 수십년 동안 질서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취해 왔는데, 신흥 세력이 주변 유흥가를 접수하더니 차근차근 핵심 상권으로 들어오려는 것과 같다. 미국으로선 지위와 자존심도 걸려 있고, 상권 장악 문제도 있으며, 무엇보다 수입이 감소하고 기존 질서가 흐트러진다. 그러니 쉽게 해결될 싸움이 아니다. 예전의 미국은 국제질서와 안보·경제 이익을 위해 주먹(힘)은 보여주지 않고 우아한 연미복 입은 채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설득·강요했다. 트럼프 방식은 가죽점퍼 입고 가죽장갑 낀 주먹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지난주말 워싱턴 미·중 무역협상은 여전히 힘있는 미국이 가죽장갑 끼고 “네가 선택하기에 달렸어”라며 보름쯤 말미를 줬다. 즉각 보복하겠다던 중국은 다소 엉거주춤하다. 미국의 거칠고 새로운 억제력이 통할지 궁금하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