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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文 정부에 없는 세 가지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부터 ‘문재인정부에 없는 세 가지’라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정부 핵심들의 생각과 이에 바탕을 둔 정책에 효율성(생산성), 미래, 글로벌(국제 감각) 세 가지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갈수록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얘기의 세부 사항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문 정부의 3무(無)’를 공개 석상에서 거론한 ‘주 저작권자’는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이다. 정권 출범 초기에 문 정부의 이러한 특성을 간파했다는 것은 대단한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성이 없다는 것은 뚜렷한 이념 편향과 짝을 이룬다. 효율성은 현대 정책과 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내지 덕목인데, 정부는 이에 대한 의식이 약하다. 명분이나 이념이 옳다면 효율성이나 생산성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로제 등을 민간의 아우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직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대표적 예다. 정교한 정책 설계 대신 손쉽게 보조금 살포에 의존하는 것도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엷은 데서 비롯된다. 미래가 없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에 고착돼 중장기적 전략이나 비전에 소홀함을 가리킨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전 정부에 대한 공격을 집권 3년째에도 이어가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경제정책에서는 노동시장 개혁 등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는데 대한 고민이 없는 게 방증이다.

‘글로벌’이 없다는 것은 국제 감각이 크게 부족하고 대외 요인을 과소평가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수출입액이 국내총생산(GDP)의 85%에 육박하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기업들은 해외 경쟁에 무제한으로 노출돼 있다. 전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정부 요직에 포진한 운동권 출신이나 진보 성향 학자들을 만나보면 외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 새로운 기술 동향 등 해외 요인에 대한 감이 없는 걸 절감한다. 요즘엔 사회·경제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노동계와 국내 기업만 합의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그런 문제의식이 없다”고 말한다. 국제 감각의 부족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북한만 바라보는 북한 몰입외교와 동북아 합종연횡에 끼지 못하는 고립 상태로 현실화됐다.

3무에 더해 문 정부에 없는 한 가지는 유연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정책 실패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분명해졌는데도 결코 ‘궤도 수정’을 하지 않아 위기를 키운다는 것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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