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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아이들 스마트폰으로 중독시키는 사회



전철 안은 중학생들로 붐볐다. 스승의 날 수업 대신 한강공원으로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간다고 했다. 다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뭔가를 보고 있다. 만화나 영상, 카톡, 게임 등이 대부분이다. 친구들끼리 대화를 하면서도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다. 타고 있던 칸에서 책이나 다른 것을 보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 비율이 매년 증가해 전체의 1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초등(4학년)·중등(1학년)·고등(1학년) 청소년 128만656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 중 20만6102명(16.0%)이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20만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 비율은 2017년 14.3%, 2018년 15.2%로 매년 1% 포인트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의존이 심해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3만명 가까이 됐다. 이쯤 되면 5G든 뭐든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기능의 스마트폰이 나와 편리를 가져다 준다 해도 이를 축복으로만 볼 수 없다. 집 전화마저 귀한 시절 전화가 있는 이장 집에서 스피커로 누구 집 전화받으라고 하던 때가 차라리 그리울 정도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창의력도 갉아먹고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잠시도 심심한 것을 참지 못하게 한다.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져 있는 한 차분히 생각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창의성이 자랄 틈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때로 심심함이 필요하다. 그래야 책을 읽고 생각도 하고 밖에서 씩씩하게 뛰어 논다. 스마트폰은 이런 기회들을 빼앗고 있다. 중독이라도 되면 건강은 물론이고 자제력도 잃는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계속 아이들을 망치게 할 수는 없다. 프랑스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만은 18세 이하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중독될 경우 보호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아이들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해악을 끼치고 중독성까지 있는 상품을 마구 보급해 놓고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가 됐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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