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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김소현 “힘듦의 연속 끝엔 카타르시스가” [인터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주연배우 김소현. 그는 “물음표로 끝날 수도 있는 공연인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생각할 거리가 많다”며 “귀갓길에 혼자만의 고독을 씹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공연으로, 그 매력이 굉장하다”고 소개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김소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에서 웃지 못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웃음). 저는 워낙 쾌활한 사람이고 전작들에서도 항상 밝은 신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감정이 완전히 배제돼 있거든요. 저 자신을 없애면서도 제가 표현하는 안나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게 정말 많이 힘들어요.”

뮤지컬 경력 18년에 달하는 배우에게도 녹록지 않은 작품이라니.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합류한 김소현(44)은 한참 동안 고충을 쏟아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아 꿈에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김소현은 비극적 주인공 안나 역을 맡아 윤공주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러시아 고위 관료 카레닌(서범석)의 아내 안나는 우연히 만난 브론스키(김우형 민우혁)와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 남편과 아들을 떠나는데, 그가 택한 새로운 삶이 파국에 이르자 끝내 목숨을 버린다.

김소현은 유난히 비극적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다. “거의 8년째 죽고 있어요(웃음). 단검에 찔리기도, 장검에 베이기도, 단두대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번엔 스스로 목숨을 끊죠. 인물이 피폐해지는 과정을 점층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커튼콜 전에 혼자 많이 울기도 해요.”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옥주현 김선아 주연으로 지난해 초연됐다. 김소현은 “출연 제의를 받은 후 대본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털어났다. 하지만 러시아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와의 작업은 혹독했다. 그는 “자신감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로 시작했는데 연습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낯설었지만 그만큼 새로웠고, 배우로서 느끼는 것들이 많았어요. 연출님이 여성분이셔서 엄마이자 아내로서 느끼는 마음이나 캐릭터의 세세한 감정들을 나눌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점점 자신감을 회복해가며 공연을 준비했습니다(웃음).”

드라마틱한 감정 흐름을 표정과 음성만으로 표현하는 게 이 공연의 관건. 하이라이트인 후반부 오페라 신은 특히 까다롭다. 직접 노래하는 게 아니라 오페라 가수의 가창을 들으며 표정으로만 연기해내야 한다. 김소현은 “오직 안나로서 존재하는 순간인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고 했다.

작품에서 자주 호흡을 맞춰 온 남편 손준호(35)는 다음 달 개막하는 ‘엑스칼리버’에 합류했다. “제작사나 관객들이 우리가 같이 출연하는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다만 같은 시기에 경쟁작으로 만난 건 처음이라 비밀리에 연습하고 있습니다(웃음).”

김소현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안나라는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내면의 소용돌이를 많은 관객분들이 고스란히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오는 7월 14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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