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사고 이후 구명조끼 착용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상레저활동 시 무조건적인 구명조끼 착용은 정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선실에서 급작스러운 침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조끼의 부력이 오히려 탈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해양구조 전문가들은 구명조끼 착용의 실효성이 크게 ‘실내’냐 ‘실외’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3일 설명했다. 즉 갑판 등 실외라면 착용해야 하고, 선박 객실이라면 착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황대식 전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선실이 있는 여객선이나 유조선 등은 실내에 비치만 해둔다. 선내에선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게 생존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며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가 실내에 갑자기 물이 차면 부력으로 인해 사람이 떠서 익사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구명조끼 착용 및 비치를 규정해둔 국내법은 ‘수상레저안전법’(수상레저법), ‘낚시 관리 및 육성법’(낚시관리법), ‘선박안전법’ ‘유선(遊船) 및 도선(渡船)사업법’(유도선사업법) 등 4개다.
이 중 수상레저법과 낚시관리법은 구명조끼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상레저법 시행규칙 제14조는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적용 대상은 모터보트, 수상오토바이, 고무보트, 세일링요트, 카누 등이다. 여객선이나 유람선을 대상으로 하는 선박안전법과 유도선사업법은 구명조끼를 ‘비치’하도록 했다. 선박안전법은 구명조끼를 비치할 뿐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다. 유도선사업법은 사고 시 선장 등의 지시에 따라 착용하게 했다. 다만 유도선사업법 제12조와 제16조는 각각 5t 미만의 유선과 도선에 대해 관할 관청 장의 권한으로 승선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딜레마적인 상황이 있다는 점이다. 작은 배지만 객실이 있는 경우다.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고 당시 낚싯배 탑승자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뒤집힌 배에 갇힌 14명 중 11명이 숨졌다.
김경진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산지부 구조대장은 “구명조끼를 벗고 있다 사고가 나면 ‘안 입어서 피해가 커졌다’고 하고, 입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실내 착용으로 피해가 커졌다’고 하니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홍기 한국해양구조협회 이사장은 “큰 선박은 사고 시에도 서서히 가라앉아 구명조끼를 입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작은 배는 그렇지 않다”며 “갑작스럽게 전복되는 경우가 많아 입는 게 확률적으로 안전한 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른 구명조끼 착용법에 대한 통일된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