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대표적 ‘빅 마우스’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홍카레오’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토론 배틀을 벌였다. 각각 ‘알릴레오’와 ‘TV 홍카콜라’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정치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토론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서 정치적 몸값을 올리면서 현실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나 민생경제, 양극화, 한반도 문제 등 10가지 주제를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진행을 맡은 변상욱 국민대 초빙교수는 토론 후 YTN 라디오에 나와 “현 정부가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두고 두 사람이 세게 붙었다”고 전했다. 변 교수에 따르면 홍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청와대 수석으로 있을 때 합리적이고 말끔한 좋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 와서는 야당을 왜 억압하고 짓누르냐”고 공격하자 유 이사장은 “뭘 가지고 눌렀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맞섰다.
유 이사장은 토론 후 기자들과 만나 “재밌는 대화였다”고 말했고, 홍 전 대표도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했다. 의견이 합치된 부분도 있었고 상치된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현역 정치인은 아니다. 유 이사장은 대선주자로 여론조사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 선거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상태다. 홍 전 대표도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현실 정치에선 멀어진 원외 인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활발하게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에서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알릴레오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릴레이로 출연한다. 홍 전 대표는 정부·여당은 물론 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까지 쓴소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번에 공개 대화를 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각자 하던 유튜브를 만나서 했다는 것은 이벤트로서 주목받을 만하다”며 “둘 다 한쪽 그룹만 상대로 폐쇄적으로 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니까, 폭을 넓히는 방송으로 본인들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전 중인 국회 상황과 대비되는 ‘타협의 이미지’를 연출했다는 평가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 정치권은 각자 고함만 칠 뿐 실제 토론은 없는데, 두 사람은 토론에 나서면서 ‘현실 정치인보다 낫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두 사람은 정치적 영향력은 행사하되 책임질 일은 없기 때문에 매우 영리한 기획”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현 정치 상황을 겨냥하는 발언도 했다. 홍 전 대표는 “반대 진영에 분노와 증오만 표출하는 것이 조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이사장도 “국회도 그렇고 언론도 유튜브도 그렇고, 각자 따로 노는 것보다는 가끔은 같이 놀아도 괜찮지 않나”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 하니까 두 사람이 ‘홍카레오’라는 말까지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며 “(원외 인사인)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눈다고 국회 정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