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비무장지대(DMZ) 철조망 사이로 평화통일호가 지나간다. 그 옆에는 사랑나무가 열려 있고, 남북한 어린이들이 그 하트 모양의 열매를 함께 따 먹고 있다.
국민일보와 GCS 인터내셔널(밝은사회클럽 국제본부)이 공동 주최하는 ‘2019 DMZ 평화대축제’ 그림 공모전에 참여하려는 한 어린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다.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경희대예체능교육(아트콩 미술학원)에는 10여명의 아이들이 저마다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양승현군은 “북한 아이들과 함께 ‘남북이 하나되는 체육대회’를 그리고 있다”며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다. 행사 날에 엄마 아빠랑 함께 DMZ에 가 보고 싶다”고 전했다. 친구 강동호군은 의젓하게 “통일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이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같은 학년 최유진군도 남한 사람과 북한 주민이 함께 DMZ 철조망을 없애고 평화롭게 축제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스케치해 색연필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색칠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김담인양은 그림에 ‘남한과 북한은 사랑입니다’라는 글을 크게 썼다. 그리고 한반도 그림 한가운데에 붉은 하트와 황금열쇠를 그려 넣었다. 왜 열쇠를 그렸느냐고 물어보자 “모든 것을 열 수 있는 황금열쇠가 DMZ뿐 아니라 남북한 사람들의 마음도 열어줬으면 해서…”라고 수줍게 말했다. 그 옆에 있는 같은 학년 강민준군은 DMZ를 뚫고 지나가는 기차를 그리고 있었다. 그 기차 안에서 남북 아이들은 함께 환히 웃고 있었다. 강군은 “이 통일열차를 타고 백두산에 가 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아이들은 이번 그림 공모전을 통해 남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미술 선생님이 남북이 갈라져 있고, 그래서 이산가족도 있다고 얘기해줬다고 한다. 남북한의 국화도 새로 배웠단다. 실제 미술학원 한편에 있는 칠판에는 한반도 지도와 함께 DMZ의 위치가 그려져 있었다. 또 우리나라 대표 꽃 무궁화와 북한의 꽃 목란이 나란히 있었다. 이에 아이들은 이번 그림 공모전 준비를 하면서 새롭게 남북한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김승현군은 “남북이 아직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서 빨리 DMZ 철조망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아이들의 그림은 이달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휴전선 철책에 평화를 걸다’라는 주제의 그림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축제 당일 응모 그림이 인쇄된 엽서를 DMZ 철책에 걸고 평화를 기원하게 된다. 파주시의 ‘임진각 느린 우체통’에 부쳐진 그림엽서를 1년 뒤 배달하는 ‘추억소환 이벤트’도 진행될 예정이다.
고양=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