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핵 담판이 있은 지 1년, 북·미 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걷혔고, 양쪽의 요구사항은 보다 분명해졌다. 앞으로 남은 협상 시한은 6개월이다. 그때까지 북·미가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 동력을 이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전략적 버티기’에 들어간 북한과 ‘비핵화 후 제재 완화’를 고수하는 미국이 서로 양보할 지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과제다.
북·미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이후 북·미 협상은 이 세 가지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었는데 어느 것 하나 진전이 없었다.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을,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앞세우면서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나타났다. 하노이 노딜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협상 시한을 올해 말로 제시하고 그때까지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현재의 교착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9일 “미국은 북한이 굽히기를 기다리겠지만 북한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그렇다면 하반기쯤 미국이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모종의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고 미국의 뜻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5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 직전 단계에서 맨 끝까지 간 것이고 미국은 더욱 강한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간 양측은 압박을 강화하는 말과 행동을 주고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모두 상대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다가 연말이 돼서야 대화 재개를 위한 시도에 나설 거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북·미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판이 깨지지 않게끔 관리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최상이라고 보고 북측에 의사를 전달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권지혜 최승욱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