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U-20) 남자 축구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이들에게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또 들썩이고 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처음 진출해 국위를 선양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현역 복무를 면제해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 여론에 오락가락하기보다는 병역특례 제도를 제대로 보완해 정착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U-20 대표팀에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또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병역특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55.2%로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19세 이상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다.
이는 병역특례 폐지 여론이 높았던 지난해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여론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 선수 일부가 병역 이행을 미룬 끝에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논란이 불거진 뒤 병역특례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연예인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냉온탕을 오가는 여론은 결과적으로 병역특례 제도의 신뢰를 깨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월드컵 16강 이상 진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WBC 4강 이상 진출’이 특례 대상에 추가됐다가 논란 끝에 나중에 폐지됐다. 이처럼 오락가락한 특례 적용 사례는 여론에 휘둘리기보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갖춘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함을 일깨워준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병역특례 대상을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정하기보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먼저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병무청은 병역특례 관련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안을 만들고 있다. 체육계에선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단 한 번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곧바로 병역 혜택을 줄 게 아니라 공인된 여러 국제대회에 순위별 점수를 매겨 총합이 특정 점수에 도달할 경우 혜택을 주자는 방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병역특례 제도를 폐지할 바에야 제도를 보완하는 게 낫다는 취지로 체육계에서 내놓은 의견”이라며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공청회도 연 뒤 다음 달 말 개선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무청도 아직 U-20 대표팀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여론을 지켜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 청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병역특례 제도의 목적과 병역의 형평성 문제 등을 놓고 본다면 이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병역법에는 U-20 월드컵에서 우승해도 병역 혜택을 줄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및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은 예술·체육 요원으로 편입된다. 예술·체육 요원은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이후 봉사활동 544시간을 하는 것으로 병역을 마칠 수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