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엔 여전히 금속 철책선이 남과 북을 둘로 가르고 있었다. 하지만 하얀 뭉게구름과 푸른 녹음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 땅까지 이어졌다. DMZ 풍경은 이처럼 전쟁의 상흔을 넘어 평화의 희망을 던져주고 있었다.
국민일보와 GCS인터내셔널(밝은사회클럽 국제본부)이 29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일대에서 개최하는 ‘2019 DMZ 평화대축제’를 앞두고 지난 11일 임진각 일대를 찾았다. 도라전망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남한과 개성공단·남북연락사무소를 잇는 경의선 도로와 철로였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이후 경의선 도로의 인적이 뜸해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남북 관계가 회복되면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경의선 도로를 이용한다. 지난해 경의선 철로 착공식 땐 철로 위로 기차가 오갔다고 한다.
철거된 DMZ 내 감시초소(GP)의 흔적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서북쪽으로 보이는 언덕 위 남한 GP 자리엔 흙무더기만 남아 있었다. 사천호 근처 북한군 GP는 폭파된 잔재 위로 나무와 수풀이 자라난 상태였다. 우리 군은 현재 철거된 GP까지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해 지뢰 제거와 정비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둘레길이 개방되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거리에서 북한을 바라볼 수 있다.
이어 찾은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의 철책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예술작품이 걸려 있었다. 1971년 미군 제2사단이 서부전선을 한국군에 맡기면서 철책과 군 순찰로가 설치된 길이다. 임진각 관광지에 위치한 통문에서 율곡습지공원까지 9.1㎞ 코스가 이어진다. 작품들 근처로 흰 나비와 잠자리들이 하나 둘 임진강 바람을 타고 나풀나풀 날아들었다.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니 재두루미·독수리·쇠기러기 등 겨울철새가 월동하는 초평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6·25전쟁 이후 사람이 산 적 없다는 초평도 근처 강물에는 80여종의 담수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임진강물은 초평도를 기준으로 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그 위로 재두루미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북녘을 향해 비행했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임진각 관광지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잔디 공연장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곳곳엔 여러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 그중 눈길을 사로잡은 건 최평곤 작가의 ‘통일부르기’ 인물상이다. 최대 11m에 달하는 거대한 4개의 대나무·철근 조형물은 북녘을 바라보며 땅 속에서 솟아난다. 통일에 대한 나지막하지만 강렬한 호소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공연장 왼쪽엔 바람개비 3000개가 꽂혀 있는 ‘바람의 언덕’이 있었다. 김언경 작가의 작품으로 한반도를 오가는 자유로운 바람의 노래를 표현했다.
임진각 관광지엔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실향민들의 아픔이 곳곳에 서려 있는 ‘임진각’이 있고 1953년 전쟁포로 1만2000여명을 교환하기 위해 가설한 ‘평화의 다리’가 있다. 여기에 6·25전쟁 당시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독개다리’와 전쟁 당시 사용했던 지하벙커 상황실, 군용물품을 살펴볼 수 있는 군사시설 지하벙커 전시관 ‘BEAT 131’까지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파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