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에선 학업과 스포츠를 병행하는 학교가 많다. 선진국처럼 학생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건전한 생활과 학업 성취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다. 그야말로 ‘지덕체(知德體)’를 겸비한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에 국민일보는 대한체육회와 함께 ‘선진형 학교체육 현장을 가다’라는 주제로 공동 캠페인을 열고, 현장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24일 오전 8시 경기도 화성 삼괴중학교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운동장으로 걸어왔다. 이윽고 10분 후인 오전 8시10분. 경쾌한 음악과 함께 학생들은 줄넘기를 했다. 학생들의 얼굴은 아침이라 처음엔 부스스했지만 이내 활기찬 모습으로 변했다. 앞에서 지도하는 선생님의 동작에 따라 웃으며 힘차게 줄을 뛰어 넘었다. 이단뛰기, 세단뛰기 등도 능숙하게 해냈다. 한켠에선 함께 줄넘기를 하는 담임선생님과 누가 더 잘하는지 내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체력이 더 뛰어난 학생이 이겼다. 그 학생은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 제가 이겼어요. 좀 더 연습하세요”라고 했다.
이렇듯 삼괴중은 지난 4월부터 매주 월요일이면 1교시 수업에 앞서 20분간 줄넘기를 한다. 공식 명칭은 ‘음악줄넘기’다. 이승열 교장에게 어떻게 줄넘기를 하게 됐는지 물어봤다. 이 교장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해에 매일 오전 정규 수업을 앞두고 독서를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무기력하고 재미를 못 느끼더란다. 그래서 지난 겨울 교사 워크숍에서 0교시 수업을 어떤 것으로 할지 논의했다.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고, 결국 스포츠쪽으로 결정됐다. 한창 커가는 청소년이기에 무언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단체가 너무 힘 들이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살펴보니 줄넘기가 최적의 스포츠였다고 했다. 이 교장은 “잠을 잔 뒤 우리 몸은 깨어나지만 뇌가 깨려면 세 시간 정도 걸린다”며 “이런 뇌를 깨게 하는데 운동이 좋다”고 소개했다.
이에 체육교사이자 학생부장인 김환수 교사는 곧바로 자비를 들여 줄넘기 연수를 했다. 줄넘기가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해 연구한 뒤 4월부터 매주 월요일 0교시에 줄넘기를 시작했다.
효과는 대만점이었다. 일단 아침 수업 중에 조는 학생이 크게 줄어들었다. 김 교사는 “오전에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면 머리가 맑아지고 공부 집중도가 높아진다”며 “우울한 생각도 변하고 소심한 아이들의 성격도 바꿀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자신감과 자존감도 향상돼 아이들이 먼저 교사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학생들을 만나봐도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3학년인 박찬혁군은 “매일 아침에 졸렸는데 줄넘기하면서 머리가 깨는 느낌”이라며 “운동이 좋아져 매주 금요일 자율활동 시간엔 강당에서 열심히 헬스도 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같은 학년 서태우군도 “이전에는 25분짜리 전후반 축구를 하면 10분도 뛰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다 뛸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처음엔 “오전에 무슨 운동이냐”며 반대했던 학부모들도 이젠 크게 반긴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의 기초체력도 향상됐다.
학생들이 밝아지니 학교폭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 교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학교폭력이 7건 정도 발생했지만 올해는 단 한 건으로 줄어들었다. 그것도 아이들이 서로 단순히 싸움을 한 게 전부였다”고 전했다. 수치로 따지면 학교폭력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86%가 줄어든 셈이다.
이 학교는 월요일 0교시에 음악줄넘기를 한 뒤 화요일과 수요일, 목요일엔 독서, 금요일에는 다트와 헬스, 탁구를 하고 있다. 금요일에는 아예 강당을 개방해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스포츠 종목을 정해 운동을 한다. 김 교사는 “금요일 자율활동 프로그램을 더 다양화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경험을 한 뒤 스포츠 종목 중 한 개 정도는 평생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