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흔과 오욕, 분열과 갈등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판문각 앞까지 역사적인 스무 걸음을 걸어갔다. 정전 6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전쟁 상대국 북한의 영토를 밟은 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예고되지 않았던 사실상의 3차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양 정상을 자유의 집 앞에서 직접 맞아 회담장까지 안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만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순간”이라고, 김 위원장은 “이렇게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똑바로 나아갈 때도 있지만 구불구불 돌아갈 때도, 멈출 때도, 후퇴할 때도 있다. 그러나 대화 외에는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1950년 6·25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한 번도 사라지지 않았던 포화 소리에 역사적 종언을 고하려는 가장 극적인 순간이 30일 판문점에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맡아 (북핵 협상) 팀을 만들 것”이라며 “지금 굉장히 복잡하지만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양측에서 실무협상 대표를 선정해 빠른 시일 내 실무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핵과 전쟁 공포를 한반도에서 몰아내기 위한 새로운 전기가 세 명의 정상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