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원산도 간 해저터널 입구 앞에는 잘게 부서진 검은색 암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입구를 통해 들여다 본 내부에는 차량과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터널이 2021년 완공 예정이기에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진 못했지만, 압도적인 규모와 위용을 느끼기 충분했다. 11일 오후 보령~태안 도로의 1공구 구간인 ‘보령해저터널’ 도로건설 현장은 활기가 넘쳤다. 지난 2월에 이어 지난달 10일 태안·보령 양쪽 방향으로 각각 관통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공사에 들어간 지 무려 8년 7개월여 만에 거둔 결실이다.
보령~태안 도로는 보령시 신흑동 대천항부터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까지 14.1㎞를 연결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대천항~원산도까지의 1공구 6.9㎞는 해저터널이, 원산도에서 태안 안면도 영목항까지의 2공구 1.8㎞ 구간에는 교량이 건설된다. 5.4㎞는 접속도로 구간이다. 국내 최장이자 세계적으로는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다.
보령터널은 과거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나틈(NATM) 공법’을 이용했다. 나틈공법은 암반을 뚫어 폭약을 넣어 발파를 하고, 폭파한 부분에 숏크리트 처리를 한다.
쉬울 것 같지만 작업난이도는 만만찮다. 바닷물 아래 지반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저터널이 100의 난이도라면 일반 터널은 60정도의 수준이다. 실제로 암반의 질이 좋을 때는 하루에 3m를 팔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m 정도만 파낼 수 있다.
바닷물 아래 땅을 파내 터널을 뚫는 작업인 만큼 터널 안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을 잡아내는 게 관건이다. 때문에 시공사는 현재 터널 하부 배수로 공사를 중점적으로 진행 중이다.
관통이 완료된 만큼 작업은 이미 8부능선을 넘었다. 남은 것은 사람의 몫이다. 도로 평탄화 작업을 비롯해 벽면을 다듬는 일은 기계 대신 손이 필요하다. 터널 벽면을 덮을 타일을 붙이는 작업도 사람이 해야만 한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도로가 개통되면 1시간50분이던 기존 이동시간이 10분대로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글·사진 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