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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길 열린 유승준 ‘3개의 고개+국민 정서’ 넘어야

지난 2003년 6월 약혼녀 부친상 조문을 위해 일시 입국이 허용된 가수 겸 배우 유승준씨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법원은 11일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병역기피 논란으로 2002년 이후 17년간 입국이 금지됐던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이 한국으로 돌아올 길이 일단 열렸다. 대법원이 유씨에게 내려진 한국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 조치를 위법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판단이 곧바로 유씨의 입국 허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유씨의 승소가 확정돼도 외교부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그의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앞서 그를 입국금지 조치한 법무부의 결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 역시 남아 있다. 다시 말해 유씨는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 입국 가능성이 열린 것은 맞지만, 최종 승소→입국금지 조치 취소→비자 발급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법무부 장관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 결정을 따랐다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영사관이 13년7개월 전에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 거부처분을 했는데, 이런 재량권 불행사는 위법하다”고 했다. LA총영사관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이유로 유씨의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행정청이 재량적 판단으로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유씨는 병역 기피 의혹이 불거지면서 2002년 2월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는 병무청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그동안 미국 중국 등지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이 비자는 취업 활동이 대체로 자유롭다.

앞서 1, 2심은 비자 발급 거부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국군장병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조계에서는 유씨가 이번에 사실상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병역의무에서 벗어나는 연령(38세)이 된 2015년 F-4 비자 발급을 신청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유씨가 비자 발급을 신청할 당시의 재외동포법은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자라도 38세가 된 때에는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 재외동포법을 개정, 한국 국적을 이탈·상실한 재외동포에게는 만 41세가 되는 해까지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제한토록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유씨의 최종 승소가 이뤄지면 LA총영사관은 그가 신청한 비자를 발급할 것인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유씨가 재외동포로 체류 자격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소송에 많이 참여하는 한 변호사는 “새롭게 비자 발급을 신청하면 결론이 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의 입국금지가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공식적 답변을 전제로 “(LA총영사관이)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할 때 법무부에 입국금지를 유지할 것인지 물을 것인데, 만일 법무부가 ‘유지한다’고 하면 비자가 발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유씨의 입국금지를 요청했던 병무청은 일단 대법원 판결에 존중한다고 밝혔다. 병무청 관계자는 “앞으로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회피 사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제 병역 대상자가 아니어서 향후 유씨가 입국하더라고 병무 당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유씨와 가족들은 대법원 판결 직후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씨의 법률대리인인 임상혁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승준과 가족들은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그간 유씨가 한국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한국은 유승준에게 태어나서 중학교 2학년까지 살았던 나라이며, 그의 생활 기반도 한국에 있었다”며 “자녀와 아내는 들어갈 수 있는데 본인만 못 들어간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비자 발급 거부가 적법한 것으로 확정되면 평생 한국에 못 돌아오는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간절한 모습이었다고 임 변호사는 말했다.

유씨는 그간 사회에 끼친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유승준은 대법원 판결에 깊이 감사하며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그동안 사회에 심려를 끼친 부분과 비난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씨는 “앞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중의 비난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박상은 허경구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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