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두 바퀴로 체험한 지구촌 사랑… 이 땅 곳곳에 나눔으로 전하다

자전거 여행가 박정규씨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옥상에서 자신의 출퇴근용 자전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2008년 칠레 자전거 종주 여행 당시 현지인과 함께한 모습.


20대엔 자전거 하나로 3년간 16개국 2만7000㎞를 달리며 세계를 여행했다. 30대부터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청소년들의 꿈을 찾도록 도왔다. 불혹(不惑)을 앞둔 지금은 센터에서 일하며 나눔 프로젝트 전문 기획자를 꿈꾸고 있다. 성결교 평신도인 박정규(38)씨 이야기다.

박씨의 직함은 여러 가지다. 우선 청소년 자원 활동을 돕는 하자센터 참여활동팀 소속 활동가다. 자전거 여행가, 특강 강사, 여행 작가 등의 이력도 있다. 아마추어 철인3종경기 선수이자 매일 아침 경기도 고양 식사동 자택에서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까지 자전거로 출근하는 ‘자출족’이다. 지난 24일 하자센터에서 박씨를 만났다.

“저는 말 그대로 ‘노 스펙’ 청년이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시는 아버지, 번번이 가족에게 고스톱 빚을 안긴 어머니, 공고를 나와 대학에 들어갔지만 과도한 음주문화에 적응 못 하고 입대했습니다. 해군 제대 후 다시 들어간 대구의 한 대학에서도 희망을 발견하지 못해 일용직 노동을 해서 모은 230만원을 들고 2006년 5월 중국 톈진행 배에 올랐습니다. 소설 ‘갈매기의 꿈’에서 이름을 따온 자전거 ‘조나단’과 함께 말이죠. 2009년 4월까지 몽골 여행, 중국 종단, 인도 여행, 미국 횡단, 쿠바 일주, 남미 종단, 일본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는 여행에서 ‘타신감’을 배웠다고 했다. 자신을 믿는 게 자신감이고, 다른 사람을 믿는 게 타신감이다. 자전거 세계여행은 선하고 좋은 사람이 세상에 더 많을 거라는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만 3년, 1055일간의 여행이었는데 매일 길 위에서 수많은 타인이 저를 도왔습니다. 낯선 저에게 숙소를 내주고 옷을 세탁해 주고 먹을 거를 내주는 기적이 반복됐습니다. 남미 대륙을 종단할 땐 어느 노부부가 너무나 잘해주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스페인어 성경을 가져와 읽어줬습니다. 마태복음 25장 35절에서 40절 말씀입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계속 만났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한인교회, 뉴욕 감리교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인장로교회, 칠레 산티아고 영락교회, 브라질 상파울루 동양선교교회 등 주일 성수를 위해 찾은 교회들에선 성도들이 박씨를 위해 간증 자리를 마련하고 바구니를 돌렸다. 점심값이라도 쥐여 주고 빈방이 있는 집을 알아봐 주자는 마음에서 나온 환대였다.

낯선 이들의 도움으로 3년간 세계 여행을 무사히 마친 박씨는 2011년 하자센터 취업과 함께 결혼을 한다. 2013년부터는 ‘오라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는 현실이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선행’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자센터도 직장 일이라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해질 즈음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운동을 ‘운명을 바꾸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이클과 더불어 수영과 마라톤을 함께하는 철인 3종 경기에도 도전합니다. 자전거와 마라톤 출퇴근으로 아낀 하루 교통비가 2000원 정도였는데 이게 100일이 되니 20만원 정도 모였습니다. 피로회복제와 비타민, 간식거리를 사서 수십개를 포장한 뒤 일산 영등포 신촌 정류장의 버스 기사님들께 무작정 전달했습니다. 그게 오라이 프로젝트의 출발입니다.”

버스 기사를 상대로 시작한 오라이 프로젝트는 리어카 끄는 노인, 대형마트 직원, 지하철 역무원 등으로 확산됐다. 꼭 필요하지만, 평소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이웃의 수고로움에 대한 작은 응원이었다. 전북 군산의 한 교회는 청년부 전체가 참가해 박씨와 함께 군산 지역 버스 기사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박씨는 자전거 세계여행 당시 한 장씩 촬영한 세계인의 얼굴 사진 140여장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하나같이 따스한 미소로 그를 반기는 모습이다. 박씨는 “여행 이야기로 시작해 강연을 다녔는데 자연스레 나눔 이야기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나눔 프로젝트 기획자로 쓰임 받도록 기도하며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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