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와 만나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악화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제가 다섯 번째 뵙는데 그간 일관되게 한·일 우호관계를 위해서 늘 노력해주신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시장은 시장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서울의 사건·사고, 주요 뉴스, 시정 목표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하토야마 전 총리에게 소개했다. 박 시장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시장실”이라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종합된 기술의 총아”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전 총리는 “굉장히 훌륭하다. 데이터가 알기 쉽게, 보기 쉽게 돼 있는데 일본에는 아직 이런 것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우수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앞으로 도쿄도 서울을 모델로 삼아 더 훌륭한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이 스크린의 ‘외국인 관광객 수’ 항목에 이르러서 “(일본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었는데 아마 최근 일본 무역 규제로 줄게 되지 않을까. 금년에 목표가 1400만명 정도였는데 약간…”이라고 말하자 하토야마 전 총리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박 시장과 하토야마 전 총리는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뒤 비공개로 면담을 이어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내에서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극우파의 득세로 지한파의 입지가 많이 약화됐다며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DMZ 평화경제국제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2009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제93대 일본 총리를 지냈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진보 정치인이다.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해 추모비에 무릎을 꿇고 일본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트위터로 “한·일 갈등의 원점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아 그들에게 고통을 준 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