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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말 3마리는 뇌물”… 이재용 ‘승계 청탁’ 족쇄됐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 박근혜(왼쪽) 전 대통령과 최순실(가운데)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상고심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삼성이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로 보고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한 두 가지 핵심 판단은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와 ‘말 3마리는 뇌물’이라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로 본 두 쟁점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던 이 부회장이 재수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형량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죄는 무죄가 확정돼 재수감을 피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법원은 먼저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조직적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제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이 부회장을 독대한 뒤 최순실씨 측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을 제공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의 핵심 근거가 됐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제3자 뇌물의 전제 사실이 되는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에 더해 삼성의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제3자 뇌물은 일반 뇌물과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성립된다. 기업 정책에 대한 포괄적 직무권한을 가진 박 전 대통령이 영재센터 지원 대가로 승계 작업을 돕기로 한 것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이 부회장 항소심이 “승계작업을 매개로 영재센터를 지원한다는 묵시적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도 뒤집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 가능하고 그 대상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며 영재센터 지원행위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과 달리 정유라씨가 탄 말 3마리(살시도·비타나·라우싱)의 소유권은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2015년 11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만나 “이재용이 VIP(박 전 대통령)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고 말한 게 결정적 근거가 됐다. 당시 삼성 측이 말 소유권을 확실히 하려고 마필위탁관리계약서를 제시하자 최씨는 이같이 말하며 화를 냈고, 박 사장은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김 대법원장은 “삼성 측이 실질적인 말 사용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액수는 36억여원에서 86억여원으로 늘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은 범죄액수가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의 경우에만 선고할 수 있다.

대법원은 다만 이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산국외도피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형량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유죄로 판단되면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 파기환송심에서 횡령의 양형기준 하한인 징역 2년6개월까지 작량감경하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이 “대법원이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변호인 측은 또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에서도 마필의 무상 사용을 뇌물로 인정했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별개의견이 있었음을 상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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