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안창호]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올해에도 북한은 지구상에서 인권이 가장 열악한 나라로 분류됐고, 종교와 언론의 자유가 없는 사회로 지목됐다. 자유를 찾아 북한을 이탈하는 북한주민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혹자는 북한 집권세력의 반(反)인권성을 지적하거나 탈북민을 지원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에 부정적이라고 하면서, 북한주민이나 탈북민의 인권에 대해 애써 무관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이고 궁극적 가치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이고(헌법 제3조), 북한주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대한민국은 북한지역에 대하여 실효적 통치권이 결여돼 있어 국가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인 북한주민이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확인하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북한주민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헌법상 의무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충실한 것이다. 정부가 인권을 외치면서 북한주민의 인권을 도외시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 또 정당성도 없고 이율배반적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평화질서를 공고히 하고 국토방위를 튼튼히 함으로써 수호될 수 있는 것이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북한 집권세력의 비위를 맞춘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이제껏 북한주민의 인권에 대하여 애써 무관심했다고 해서, 한반도의 평화가 증진된 바 없고 북한의 인권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조짐도 없다.

북한주민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그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여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거부하고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한다(헌법 제4조). 북한과 교류·협력하고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북한 주민 모두의 인권을 신장하고 한민족공동체가 성숙·발전하기 위함이다.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을 찾아온 탈북민들은 남한 내 생활기반이 없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는 탈북민이 건강한 국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보호·지원해야 한다. 한성옥 모자(母子)가 생계곤란으로 죽음에 이른 것은 국가가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의 증진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결과이다(헌법 제34조).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부끄러움이다.

국가는 해외에서 방황하는 탈북민의 국내 송환을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분들이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이탈하여 대한민국 대사관에 보호 요청을 하였음에도, 국가가 방치한다면 이는 정의롭지 못하고 헌법이 정한 국민의 인권보장의무를 위반한 것이다(헌법 제10조).

한편, 정권 유지를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위인이라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권을 최우선시하는 문명국가에서 히틀러가 용납되지 않는 것처럼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유린하는 사람을 찬양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이는 정의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조롱하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핵심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천하보다 귀하다(마가 8장 36~37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마가 12장 31절), 우리는 북한주민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탈북민에 대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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