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배병우] 트럼프 불황



민주당이 탄핵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균적으로 40% 초반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상황 덕분이다. 갤럽의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경제 분야 지지율은 50%대로 30~40%대인 경제 이외 내정과 대외 문제 지지율을 능가한다. 그의 연설 단골 메뉴는 ‘유례없는’ 경제 호황에 대한 자화자찬이다. 미국의 최장기 호황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막대한 양적완화와 금융 개혁에 힘입은 바 크다. 트럼프 집권 후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감세 조치와 규제 폐지도 호황 연장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가 최근 뚜렷해졌다. 농업과 운송업의 부진에 이어 제조업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 경기를 가늠하는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충격이다. 제조업 경기 급락은 대중(對中) 무역전쟁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트럼프에게 뼈아프다.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수입품이 줄어들면서 미국 제조업이 회복된다는 게 트럼프 보호무역론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상 보좌진이 두 가지를 놓쳤다고 본다. 첫째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해외에서 수입되는 부품과 소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은 이런 공급 사슬을 파괴했다. 둘째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일관성이 없어 광범위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됐다.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무역전쟁을 밀어붙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교수는 이런 점에서 트럼프는 불운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정책에 의해 임기 중 불황을 맞게 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미국에 곧 닥칠 불황은 트럼프 스스로가 만든 ‘트럼프 불황(Trump Slump)’이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도 문재인정부의 ‘자해성 정책’으로 빚어진 측면이 크다. 트럼프 불황과 일맥상통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직적 주52시간제 시행 후 고용과 성장, 소득분배에서 역효과가 나는 게 뚜렷했는데도 정부는 계속 밀어붙였다. 트럼프는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희생양 삼고, 한국 정부는 과거 정권과 해외 환경 탓을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