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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일왕 즉위식 가서 이 총리가 해야 할 일



나루히토 일왕은 아키히토 전 일왕의 장남이다. 아키히토(86) 전 일왕이 고령과 건강 문제를 이유로 지난 4월 30일 상왕으로 물러남에 따라 5월 1일 제126대 일왕으로 즉위했다. 59세인 나루히토 일왕은 역대 일왕 중에서는 60세에 즉위한 나라시대의 제49대 고닌 일왕 이후 역대 최고령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외동딸만 있고 아들이 없기 때문에 차기 일왕 계승 1순위는 동생 후미히토(53)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8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깊은 반성’은 아키히토 전 일왕도 해왔던 말이지만 대를 이어 반성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또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간절히 원한다”며 세계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다.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고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가 하면, 일본을 또 다시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 총리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일왕 즉위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에 강영훈 당시 총리가 참석했던 전례가 있다. 이 총리는 지난 8월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문제와 관련해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면서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다음 달 지소미아 종료뿐만 아니라 일제 징용 배상 관련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 등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은 어렵다. 이 총리는 도쿄 특파원과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 등을 지내 일본통으로 꼽힌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총리가 문 대통령 대신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국내외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난무하고 있지만 해결된 사례가 없어 국민들이 지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수출 규제를 철회하고, 한국은 지소미아를 복원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이 총리가 해결사 역할을 할 경우 그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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