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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보다 ‘돈’… 차이나 머니에 절절매는 美기업

중국 베이징에 있는 NBA 매장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휴스턴 로키츠 대릴 모리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로 시작된 중국의 분노로 중국에서 NBA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기업이 중국의 거대한 시장 앞에서 비굴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기업들이 ‘홍콩 시위에 대해 지지표명을 하지 말라’는 중국 정부의 으름장에 굴복하는 모습이다.

미국 프로농구(NBA)는 가장 큰 외국 시장인 중국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NBA 팀 중 하나인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사진)이 트위터에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글을 올린 게 화근이 됐다. 로키츠는 1990년대 중국 출신 야오밍이 활약했던 팀으로 NBA 팀 중 중국 내 인기가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CCTV와 텐센트는 NBA 시범 경기 중계를 보류했고, 로키츠를 후원하던 중국 기업들은 후원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로키츠 상품을 뺐다.

모리 단장이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고, NBA도 유감을 표명하면서 중국인의 분노가 멈추는 듯했다. 그러자 미국 정치권에서 “이익 때문에 원칙을 버렸다”고 비난에 나섰다.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 등 유명 NBA 선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차별 발언을 이유로 백악관 초청도 거부할 정도로 신념과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차이나 머니’ 때문에 입에 재갈을 물렸다는 것이다.

애덤 실버 NBA 총재가 다시 “모리 단장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발언하면서 파문은 더 확산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모리 단장으로 인해 시작된 논란은 실버 NBA 총재의 태도로 확산했다”며 “중국 민중은 그의 태도에 더 크게 분노했고, 사태는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고 주장했다.

게임 업체 블리자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게이머를 중징계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홍콩 출신 게이머 ‘블리츠청’은 지난 5일 대만에서 열린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 대회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홍콩에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경기를 중계하던 2명의 중계진은 논란을 피하려는 듯 의자 아래로 몸을 숨기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블리츠청의 상금을 몰수하고, 1년간 자격을 정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해당 경기 중계진과도 관계를 끊는다고 했다. 블리자드는 규정에 따라 징계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게임 팬들 사이에서는 블리자드 불매 운동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론 와이든은 “블리자드는 중국 공산당을 기쁘게 하려고 자신을 기꺼이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리자드는 과거 프랑스 비방디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텐센트를 중심으로 한 중국 자금이 상당히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중국 정부의 검열에 반대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반면, 애플은 중국 정부의 규정을 잘 따르면서 중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운영체제(OS) iOS 13을 업데이트 하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마카오에서 쓰는 아이폰에선 이모티콘에 대만 국기가 나오지 않도록 막았다.

이모티콘 관련 국제단체인 이모지피디아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대만 국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홍콩, 마카오에서는 이모티콘 선택란에 나타나진 않지만, 단축어 ‘TW’를 입력하거나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면 대만 국기가 나타난다. 이외 국가에서는 대만 국기가 정상적으로 노출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대만 국기를 이모티콘에서 삭제함으로 애플이 중국에 절을 했다”고 꼬집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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