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박정태] 수포자와 수학문화관



수학은 딱딱하다. 재미가 없다. 온통 숫자와 기호, 공식과 계산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수학은 어렵고 지겹고 따분한 과목일까?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학생들에게는 패턴이 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싫어지고, 싫어지면 성적이 안 나오는 게 당연한 과목이 수학이다.”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수학편’ 표지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저학년 때가 중요하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단계별로 이해하고 있어야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흥미가 없어지고 자신감마저 잃으면서 무너지게 된다.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생기는 이유다. 수포자는 초등학교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상급학교로 갈수록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5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조사에 따르면 수포자 학생의 비율은 초등학생 8.1%, 중학생 18.1%, 고등학생 23.5%였다. 같은 해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초6·중3·고3 학생 7700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선 수포자 비율이 초6 36.5%, 중3 46.2%, 고3 59.7%로 나왔다. 아이들을 교실에서 잠자게 하는 수학교육의 민낯이다.

수포자 양산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학을 놀이와 게임으로 접근하면 어떤가. 교육 선진국에는 수학박물관이란 게 있다. 독일 기센에 2002년 세워진 마테마티쿰은 세계 최초의 수학박물관이다.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설립됐다. 수학 실력과 상관없이 남녀노소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수학을 즐길 수 있다. 미국 뉴욕에는 2012년 만들어진 국립수학박물관 모매쓰(MOMATH)가 있다. 홈이 파인 둥근 원통 위를 지나는 사각바퀴 자전거가 대표적 전시물이다. 창의적 발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사례를 본떠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설이 본격 조성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가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박물관처럼 꾸민 노원수학문화관을 17일 개관했다. 연면적 2885㎡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수학 놀이터, 각도의 개념을 알려주는 당구장, 수학과 음악이 접목된 뫼비우스 뮤직 등 상상력을 일깨울 흥미로운 공간이 들어서 있다. 앞서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 창원에 경남수학문화관의 문을 열었다. 이것이 교육부 지원 전국 최초의 수학문화관이다. 노원수학문화관은 올해에 한해 개관 기념으로 무료 운영한다고 하니 얼른 가서 수학을 맛보고 만지고 느껴보자.

박정태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