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으로 처음 출전한 대회인 만큼 크게 욕심내지 않고 올림픽 기준기록 통과를 목표로 했습니다.”
‘중장거리 육상 강국’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1) 선수는 21일 담담하게 말했다. 전날 경주에서 열린 ‘2019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42초로 2위를 차지하면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걸 두고 한 말이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5년, 귀화한 지 1년 남짓 지났지만 아직 한국말은 서툴다.
오 선수의 이번 기록은 1위를 한 케냐 국적 네디 키프로프 체보로르 선수보다 21초 뒤진 기록이다. 오 선수는 대회에서 30㎞ 지점부터 선두권에서 멀어지는 듯했지만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며 2위로 골인했다. 그의 기록은 한국 국적 취득 이후 첫 공식 기록으로,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 기준인 2시간11분30초보다 무려 3분 이상 빠른 것으로 우리나라 남자 마라토너 가운데 이 기준기록을 통과한 건 오 선수가 처음이다.
기록은 대한육상연맹의 ‘귀화 후 3년 경과’ 규정에 따라 비공인 한국기록으로 분류될 예정이지만, 다행히 오주한의 도쿄올림픽 출전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 오주한이 3월 7일부터 한국 국가대표로 뛸 수 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오주한은 지난해 7월 법무부 특별귀화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뒤 9월 최종 면접을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두 달 뒤인 11월에는 주민등록증을 받고 충남 청양군민이 됐다. 2015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청양군체육회에서 달리기를 계속했다. 국적 취득 이후 청양군과 정식으로 입단 계약을 체결, 2022년까지 청양군 소속 선수로 활동하기로 했다.
그는 현재 국내 대회 최고기록인 2시간5분13초를 보유 중이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우승 4회, 경주국제마라톤대회 우승 3회 등을 한 바 있다. 오 선수는 컨디션 유지를 위해 내년 도쿄올림픽까지 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 선수를 발굴한 백석대 오창석 교수는 “두 번째 조국인 한국에 메달을 선물하기 위해 다른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훈련에만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소속팀인 청양군은 그의 활약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오주한 선수의 도쿄올림픽 출전은 청양군민뿐 아니라 한국인 모두의 기쁨”이라며 “오 선수가 마라톤 발전과 전 세계에 청양을 홍보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청양=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