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2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제5공화국 당시 외무부 장관, 국가안전기획부장에 이어 총리까지 거치며 외교사에 작지 않은 발자취를 남겼다. 향년 89세.
고인은 평남 강서 태생의 실향민으로, 홀로 월남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1953년 고시 합격 후 2년 뒤 외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80년 고시 출신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외무부 장관에 중용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 정권과 미국 레이건 행정부와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냈고, 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40억 달러 규모의 경협 협상도 맡았다.
안기부장 재직 중 중국 여객기 불시착 사건, 소련기에 의한 대한항공기 격추사건, 아웅산 테러사건 등을 수습했다. 총리 재임 중이던 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남으로써 32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2년3개월간 총리로 지내며 이명박정부의 김황식 총리(2년4개월 재임) 전까지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지켰다. 이후 고려대 석좌교수 등을 지냈고, 94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고인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멘토로도 유명하다. 85년 총리로 재직할 때 외교부에서 호흡을 맞춰 왔던 반 전 총장을 총리실 의전비서관으로 초고속 발탁했다.
정치권에선 추모가 잇따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SNS에 “능력과 경륜의 공직자였다”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2009년 별세한 부인 김정숙 여사와 슬하에 3남2녀를 뒀다. 유족으로 경수(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철수(아미커스 그룹 회장) 은경 혜경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장지는 대전 국립현충원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