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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금강산 남한 시설 철수 지시… 향후 개발 때 ‘더 이상 특혜없다’ 포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던 중 해금강호텔 앞에서 당국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를 통해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에 설치된 남측 시설의 전면 철수를 지시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진척에 따라 제재가 완화돼도 앞으로 한국과의 경제협력에서 사업권 매각 형태의 개발 방식은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과 미국을 향해 제재 해제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현지지도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 봉사시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금강산관광지구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50년간의 사업권을 받아내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현대아산은 사업권 대가로 5597억원을 지불했고, 2268억원 상당의 시설투자를 했다. 정부도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등의 건설을 위해 2000억원 정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한 것은 향후 경제개발 과정에서 한국 측에 더 이상 특혜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북한이 금강산·개성공단 개발 외에 외국 기업에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해준 것은 2008년 이집트 오라스콤텔레콤이 북한 체신청과 합작해 만든 통신회사 고려링크가 거의 유일하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여기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선친의 결정을 비판한 것은 정책 전환의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남측에) 손쉽게 관광지나 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년이나 방치돼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결정이 개성공단 내 남측 시설의 전면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한·미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를 지시한 것은 한국이 남북 합의(사업 정상화)를 이행할 시간적 여유를 줬다는 해석이다. 경제 부문 현지지도에 대미 협상을 지휘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대동한 것은 ‘북한식 경제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금강산을 자체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하지만 원산공항에서 금강산까지 도로를 놓는 것조차 현재로선 불가능할 것”이라며 “북·미 협상 교착 및 남북 경협 중단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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