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관광지 건설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광지 건설을 통해 안정적인 외화벌이 수단을 마련하고,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관광지 건설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2013년 문을 연 마식령스키장은 김 위원장의 지시로 1년 만에 완공돼 ‘김정은 속도전’의 상징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또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온천관광지구를 여러 차례 직접 시찰했다. 공사가 늦어지면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관광지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외화벌이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관광산업은 특성상 외국인을 상대로 현금 수입을 손쉽게 거둘 수 있다. 또 대규모 투자와 오랜 회수기간이 필요한 제조업과 달리 관광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가지고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악화일로인 북한 경제 여건을 고려했을 때 관광산업 진흥이 효율성이 높다고 김 위원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쿠바, 베트남을 비롯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도 국가 경제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관광산업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유엔 제재에 관광 자체는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 유엔 제재를 피해서 외화를 벌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상당한 수의 중국인 관광객이 북한을 찾고 있고, 중국 정부가 최근 여행업체 등에 북한에 가는 관광객을 500만명 규모로 늘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지 건설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관광지 조성은 대규모 건설 공사를 수반, 보여주기식 업적으로 선전할 수 있다.
관광지 건설을 명목으로 대규모 외자 유치도 가능하다. 실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경우 몇 년 전 중국 자본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7년 11월 통과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는 북한과의 합자회사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지속적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관광산업에서 외자 유치를 원활하게 하겠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3일 “강력한 대북 제재하에서 관광산업이 그나마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고, 북한이 경쟁력도 갖고 있다고 김 위원장이 판단한 것”이라며 “중국 관광객들을 대규모로 유치하려면 걸맞은 인프라가 있어야 하기에 김 위원장이 관광지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